영화감상

[영화감상] 의형제

두괴즐 2011. 6. 6. 23:06


의형제 (2010)

Secret Reunion 
8.9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강동원, 전국환, 박혁권, 윤희석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16 분 | 20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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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연평도 사태와 <의형제>

- 국민의 통제만이 국가의 전쟁 욕망을 억제할 수 있다.



 철학자 강신주는 “진정으로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국가 그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가라타니 고진도 “국가는 국가에 대하여 존재한다”라고 하면서 국가가 존속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대한민국은 그런 국가의 존재론적으로 내재된 전쟁의 불가피성 위에서 휴전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연평도 사태가 터졌다. 우리의 군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전쟁학자의 말처럼 “전쟁을 종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이 인류를 종식시키는 일”인 것일까?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국가는 무엇인가?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나는 두려웠고 또 분노했다. 북한은 과연 우리의 형제인가? 장훈 감독의 <의형제>는 북한 간첩과 국정원 요원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북한 간첩과 국정원 요원의 우정 말이다. 세상에, 이래도 되는가? 빨갱이를 때려잡아야 할 국정원 요원이 빨갱이와 우정을 쌓는다니! 오, 마이 갓. 의형제란다. 그래서 한 보수논객이 이 영화를 평하면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하고 불순한 영화”라고 혀를 찼나보다.


 그런데 이들은 어쩌다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게 된 것일까? 그것은 국가주의를 넘어선 휴머니즘에서 비롯됐다. 국정원 요원인(이었던) 이한규(송강호)와 공작원 송지원(강동원)은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된 상황에서도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견제한다. 하지만 그러한 팽팽한 긴장감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완화되어 간다. 그 완화 장치 중 하나가 가족이다. 국가에 몸 받치다 가족을 잃은(혹은 버림받은) 이한규와 역시 국가에 몸 받치다 가족과 떨어지고(그리고 위험에 처하게 만들고) 고립된 송지원은 사실상 국가적 폭력 아래 피차일반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이념이 아닌 서로의 인간성을 보면서 위태로웠던 살생의 유혹에서 벗어난다.


 연평도 사태가 터지고 연신 시끄럽다. 여당과 보수진영의 “강경대응”타령, 야당의 “정부 무능력”타령, 국민들과 네티즌들의 “이를 가는 분노”타령. 이야 말로 완전히 ‘스테레오 타입’식의 반응 아닌가? 장병들의 죽음과 민간인들의 죽음은 이런 스테레오 타입의 연주아래 개죽음이 된다.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말이 아니라 냉철하게 이 사태의 핵심을 살피고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지만 소중한 생명의 참혹한 소실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미학자 진중권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의 원인은 정치적인 데에 있는데, 해법은 자꾸 군사적으로 제시하려는 현정권의 접근방법엔 근본적 오류가 있다. 양측의 강경대응은 서로 상대를 제 뜻에 맞게 움직이려는 데에 있을 텐데, 현재 북한은 미국과 남한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미국과 남한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럼 한쪽에선 제재의 수위를 더 높이고, 다른 쪽에선 도발의 수위를 더 높이고. 제재든, 도발이든, 수위만 더 높이면 상대가 굴복할 거라 믿는 모양인데, 거기서 문제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라고.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위정자들과 정치인들의 뻔한 말들과 북한에 대한 분노의 감정으로 고양되어 욕설을 내 뱉기만 하는 국민들의 반응은 그저 무책임한 자기위안일 뿐이다.

 

 

   도대체 왜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대화하지 않는가? 국민들은 왜 대화를 촉구하지 않는가? 국지전이 발발하면 그저 분노에 휩싸인 채 얼굴만 붉히고들 있는가? 그럼 뭐 어쩔 생각인가? 전면적이라도 할 생각인가? 한반도가 피에 덮여야지 속이 풀리는가? 왜 그런 자해(自害)를 요청하는가? 서해안에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이유(빌미를 제공하는 이유)는 남북한이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 북방한계선(NLL)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갈등은 쉽게 해소될 수가 없다. 군사적 요충지라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있을 것인가? 전쟁이라는 것이 국가의 내재적 요인이라면 결국 국가를 통제함으로서 방지해야 한다.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에 공동어로구역과 평화구역을 조성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에 합의한바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남북대화가 중단되면서 진척을 갖지 못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만나고 대화해 나가면서 실질적인 협의들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북한이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되어지고 원수 같이 여겨지더라도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통일, 혹은 한반도의 평화는 전적으로 우리의 숙제이다.


 <의형제>에서 공작원과 국정요원의 우정은 상호 신뢰가 쌓이면서 가능했다. 그리고 그 신뢰는 관찰과 대화와 이해에서 비롯됐다. 물론 개인의 화해와 국가의 화해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관찰과 대화와 이해가 기반 되지 않는 화해란 연기(演技)이자 사기(詐欺)일 뿐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 없는 “국민을 위한 대북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 통제의 몫은 국민이다. 국가의 폐기는 아직 준비되지도 않았고, 오지도 않았다. 결국 통제만이 대안이다. 통제에 실패한다면 국가적 폭력아래 국민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도자들의 만남을 촉구하자. 그리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안들을 만들게 요구하자. 국가적 흥분에 동조하는 방식은 국가의 폭력에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짓이다. 국가 너머를 꿈꾸면서 동시에, 국가통제에 힘을 기울이자. 평화는 국가가 제공하지 않는다. 국민의 국가통제만이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 장병들과 민간인들의 죽음을 개죽음으로부터 구해내자.

 

 

+덧)

제가 좀 격양된 심정으로 썼습니다. 이번 사태에 따른 장병들과 민간인들의 죽음은 사실 결코 개죽음이 아니지요. 다만, 이렇게 스테레오 타입 식의 소리만 듣다가 이번 사태가 어물적 넘어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좀 과격하게 표현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대한민국의 남자이자 예비군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그리고 국지전의 반복과 북한과의 대립 앞에서 절실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서정우 병장, 문광욱 이병 그리고 김치백, 백복철 씨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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