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영화감상] 말할 수 없는 비밀

두괴즐 2011. 6. 6. 23:00



말할 수 없는 비밀 (2008)

Secret 
9.1
감독
주걸륜
출연
주걸륜, 계륜미, 황추생, 증개현, 소명명
정보
로맨스/멜로 | 대만 | 102 분 | 2008-01-10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말할 수 없는 비밀>

- 말할 수 없는 사랑은 말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것이고 결국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된다.


 솔로생활이 길어져서 그런지 요즘 들어 멜로영화나 연애소설 따위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감성을 다른 매체를 통해 대리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나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해 주었다. 함께 사랑에 빠지게 해줬고, 또 같이 울게 해주었다.


 이 영화는 멜로영화계의 수작이라며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아왔던 작품이다. 그 찬사의 요란함이 내가 이 영화를 보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은 영화였다. 오히려 허술한 설정과 과도한 전개가 이루어졌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작품 속 주인공들의 매력지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보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지수’가 최상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 남자라면 여자주인공이었던 계륜미에 흠뻑 빠지게 되고 여자관객이라면 주걸륜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이 영화가 내게 던져준 화두는 제목 그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가진 사람의 아픔이 내 가슴에도 닿아와 울었다. 말할 수 없는 사랑은 말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것이고 결국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된다. 우리는 모두 축복받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사랑은 결코 그렇게만 되질 않는다. 사랑은 그 만큼의 행복을 주지만, 또 그 만큼의 아픔을 주기도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지만 혹여 말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미래에서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계륜미의 고백은 그녀가 미친년이 되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 진실에 대해 말해줘야 했던 사람은 주걸륜이었다. 애당초 이 영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끌어안고 있었고, 결국 비극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에게 솔직했더라면 다른 사랑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지도 않았을까. 결국,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계륜미는 주걸륜을 죽음으로 인도한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물론 죽음만이 이들의 사랑을 가능하게 한 유일한 길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녀를 미친년으로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어쩌면 솔직한 고백이 자신을 미친년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을 더욱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나의 절친한 친구가 와서 “서비야, 나 ‘시크릿’이라는 피아노를 치고 20년 후로 가서 사랑에 빠졌어.”라고 한다면 사실상 대략 난감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그 자체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저 사랑을 믿고 싶다.


 말할 수 없는 사랑은 말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것이고 결국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된다. 하지만 그 말할 수 없음이 사랑하는 당사자를 향한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고 그 사랑은 서로 간의 신뢰 위에서만 온전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자신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 슬프게 하는 것, 눈물 나게 하는 것.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했으면 좋겠다. 만약 그것이 사랑을 부서뜨릴지도 모를 그런 것이라 하더라도, 아니 그런 것이라면 더욱더-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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