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영화감상] 아워 뮤직

두괴즐 2011. 6. 6. 22:58


아워 뮤직 (2006)

Our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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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뤽 고다르
출연
사라 애들러, 나드 디유, 장 뤽 고다르, 조르쥬 아길라, 로니 래머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80 분 | 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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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뮤직>
- ‘마이 뮤직'(My music)을 넘어 '아워 뮤직'(Our music)을 위해, ‘나의 평화’가 아닌 ‘우리의 평화’를 위해서.

 


 장 뤽 고다르의 <아워 뮤직>은 단테의 『신곡』을 모티프로 따서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옥’편에서는 베트남, 크림반도, 중동, 제 2차 세계대전 등 전쟁의 참혹한 이미지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연옥’편은 포화로 무너진 현재의 사라예보를 보여주고, 그곳에서 열리는 "유럽문학과의 조우"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끊이지 않는 갈등과 화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천국’편에서는 연옥 부분에서 등장했던 한 여자가 다시 등장해, 미 해군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 작은 해안가에서 그들과 함께 평화를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옥’편이 지난 세기의 참혹했던 과오를 보여주었다면, ‘연옥’편은 현재를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재가 바로 서야만 비로소 ‘천국’편에서 보여준 평화에 이를 수 있다. 그렇다면 갈등과 화해의 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고다르는 “문학”을 주목한다. 그는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존재하기 위해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명상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인들이다.”라고 했다. 전쟁의 참혹함으로 상징되는 사라예보에서 “유럽문학과의 조우”를 통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고다르가 “문학”에서 희망을 보고 있을 때, 오히려 “근대문학의 종언”을 고한 사람이 있다. 그는 일본의 비평가 가타타니 고진이다.

 

 

 고진은 소설 중심의 문학이 근대에 주도권을 잡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상상력이 떠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문학은 그 책임을 방기했기에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문학작품은 계속 써지고 있고 또 써질 것이지만, 그것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로 교환되고 재생산될 따름이다. 그렇다면 고다르의 주목(문학)은 무의미한 것일까? 천국에 이르기 위해 그가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명상하는 사람들”과 “시인들”은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고진의 종언이 “근대문학의 종언”이지 “문학의 종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는 문학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근대문학의 종언”을 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다가 올(혹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문학이 무엇인지 상상 할 수 없기에 더는 문학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본다면 고다르의 문제의식과 고진의 그것은 서로 반대된다기보다는 겹쳐진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넘어서기 위해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 상상력’으로서의 문학이 아닌가? 물론 그것은 작가의 예술혼에 의해 가능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냉정하게 작금의 현실을 본다면 고다르의 천국에 이르는 방법론은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지만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 상상력’으로서의 문학이 어떻게 가능하며, 자본에 포섭되지 않는 정신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명상하는 사람들”과 “시인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학과 창작을 공부하던 학부시절에 학우들과 <지중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던 것은 ‘평화란 도피하는 군인에 의해서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즉, 모든 군인이 자신들의 임무(이를테면 적을 찔러 죽인다던가, 포탄을 투여한다던가, 국가에 목숨을 바치는 충성을 한다던가, 하는)로부터 도피한다면, 평화로운 세계가 도래하는 것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낭만적인 생각은 더없이 무책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러한 것들을 꿈꾸어야 하는 것은 꿈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아워 뮤직>에서 한 기자는 대사에게 자신의 모임에 참석하기를 요청한다. “프랑스 외교관으로서가 아닌 한 자유인으로서.” 그리고 “그냥 대화”를 하자고 한다. “정치, 군사적 해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심리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따지고 보면 “정치, 군사적 해법”이란 결국 국가 간의 이해관계의 게임이다. 평화를 위한 군사력 증강이라는 정당화가 전 지구를 덮고 있는 지금,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그냥 대화”에서만 드러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바로 심리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에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문학”(예술)이 아닌가 한다. ‘마이 뮤직'(My music)을 넘어 '아워 뮤직'(Our music)을 위해, ‘나의 평화’가 아닌 ‘우리의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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