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사회

[밑줄] 바버라 에런라이크,『긍정의 배신』, 부키, 2011(2009).

두괴즐 2011. 9. 9. 11:16

 


긍정의 배신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출판사
출판사 | 2011-04-0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긍정의 배신』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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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바버라 에런라이크,『긍정의 배신』, 부키, 2011(2009).



* 머리말


 그런데 심리학자들이 각 나라 사람들의 상대적 행복도를 측정한 결과 놀랍게도 미국인들은 긍정성을 자랑스레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한창 활황일 때조차 행복한 축에 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행복도에 관한 100건 이상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자료에서 미국인의 행복지수는 23위에 머물러 네덜란드인과 덴마크인, 말레이시아인, 바하마인, 오스트리아인은 물론 음울한 사람들로 알려진 핀란드인보다 순위가 낮았다. 한편 세계 우울증 치료제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인들이 느끼는 고통을 시사해 준다. 22-23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도 않고 가장 부유한 것도 아니라면 어째서 그토록 긍정적인 자아상과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일까? 실은 긍정성이 실제 상태나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설명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의 일부라는 것이 이 물음의 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3-24


 이 긍정적 사고의 핵심에는 불안이 놓여 있다. 긍정적 사고가 올바른 것이어서 모든 일이 좋아질 것이고, 우주가 행복과 충만함으로 향하고 있다면 굳이 긍정적 사고 훈련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저절로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해진다. 긍정적 사고를 위한 훈련은 수많은 모순적인 증거에 직면한 상황에서 믿음을 주입하기 위한 것이다.(···) 참으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 이 세상과 화해하고 자신의 운명과 화해한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통제하거나 검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긍정적 사고는 개인 및 국가 차원의 성공과 결부된 미국적 행동 양식의 정수이지만 그 근원에 놓인 것은 무시무시한 불안감이다. 25


미국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분명히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 기록한 점수는 형편없으며, 2007년 시작된 경기 침체 이전에도 그랬다. 미국 어린이들은 다른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수학이나 지리 같은 기본 과목에서 뒤처져 있다. 또 유아 사망률이 더 높고,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 성장하는 비율도 높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시인하다시피 미국의 의료 서비스는 ‘파탄’했고, 의료 기반 시설은 붕괴하고 있다.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도 우위를 빼앗겨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 사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를 보면 자부심은커녕 당황스러울 뿐이다. 미국은 수감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 수준도 세계 최고다. 또 총기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개인 부채에 짓눌려 있다. 27


긍정적 사고는 미국의 국가적 자부심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와 일종의 상징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다.(···) 소비자 자본주의는 긍정적 사고와 훨씬 죽이 잘 맞았다. 소비자 자본주의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개인의 욕구와 ‘성장’이라는 기업의 지상 과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사고는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낙천성이 물질적 성공의 열쇠이고 긍정적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덕목이라면, 실패한 사람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개인의 책임을 가혹하게 강요하는 것이 긍정의 이면이다. 당신이 경영한 기업이 도산하거나 당신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은 당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성공 필연성을 굳게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27-28


 모든 일이 괜찮으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관료들이 침체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이 문제였다. 빌 클린턴이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유례없는 번영을 자축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닷컴 붕괴가 일어났으며, 2001년 9월 11일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있었다. 이후 진행된 일련의 사태는 긍정적 사고가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진정한 위협에 대처할 능력을 흐린다는 점을 시사한다. 30


긍정적 사고를 가장 환영한 것은 미국 기업계였다. 긍정적인 사고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 기업들은 그 산업의 으뜸 고객으로 부상해 마음의 노력을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좋은 뉴스를 게걸스럽게 소비했다. 혜택이 줄고 노동시간은 늘어난 반면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21세기의 노동자들에게 이는 유용한 메시지였다. 동시에 고위 경영자들에게는 해방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32-33



1. 암의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책의 저자나 블로거 중에서 이 병과 치료법에 대해 나와 같은 방식으로 분노를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방암은 왜 생기며, 특히 산업화된 사회에서 왜 이토록 널리 발생하는가? 왜 유방암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것인가? 왜 암세포와 정상 분화 세포를 구분해 치료하지 못하는가? 하지만 주류 유방암 문화에서는 분노를 거의 찾을 수 없고, 가능성이 있음직한 환경 요인도 언급하지 않는다. 49


 나는 시험 삼아 코멘 재단의 ‘분노’라는 주제의 게시판에다 화학요법으로 인한 심신 약화, 말 많은 보험회사들, 환경적 발암물질에 대한 간략한 불평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담하게도 ‘감상적인 핑크 리본’에 불만을 표현한 글을 올려 보았다. 조직 검사가 필수 과정이 아니라는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한 싸움에 대해서는 격려글이 몇 개 달렸지만, 대부분의 답글은 비난 일색이었다.(···)

 내 생각을 강력하게 지지해 준 건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모든 치료 과정을 거친 끝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살날이 몇 달밖에 남지 않은 ‘게리’였다. “나도 몹시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조성된 기금, 그 모든 생존자의 미소는 유방암을 앓아도 문제없다는 듯 말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지 않습니다!” 57-58


면역 체계와 암, 그리고 감정 상태의 관계는 1970년대에 일종의 상상력을 토대로 꿰맞춰진 것이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면역 체계의 어떤 측면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를 토대로 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감정은 스트레스의 반대 작용을 할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으로 도약해 버렸다. 건강을 위협하는 상대가 미생물이든 종양이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면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이다. 61


 정신요법과 지원 그룹은 환자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지는 모르지만 암 극복과는 무관했다. 코인은 연구 요약문에서 “암 환자가 정신요법을 받거나 지원 그룹에 가입하길 원한다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거기에는 정서적, 사회적 혜택이 많이 있다. 하지만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그런 기회를 찾는 것은 금물이다.” 64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면역 체계는 인체에 있는 암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지 않는 듯 하다. 왜냐하면 암은 실제로 인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점은 면역 체계가 암과 싸운다는 일치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면역 체계가 암과 싸우는 데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면역체계를 억압하는 화학요법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게다가 화학적 혹은 생물학적 물질을 통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발견한 연구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66


 전직 세포 면역학자인 나도 충격을 받고 경악한 일이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대식세포가 본래의 역할과는 상반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암세포를 죽이기는커녕 암세포를 성장시키는 인자를 방출하는 것을 비롯해 실제로 암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66


2004년 퍼넬러피 스코필드(Penelope Schofield)는 폐암 환자들에게서 낙천성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긍정적 사고가 ‘실패’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암이 퍼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럴 때 환자가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충분히 긍정적이지 못했다고, 애초에 암이 생긴 것도 부정적인 태도 탓이었다고 자책하게 된다. 70


 유방암을 ‘선물’이라 불러야 한다면 내가 받은 선물은 이 개인적 경험을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우리 문화에 내재된 이데올로기의 힘에 고통스럽게 부딪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부정하고, 불행에 즐겁게 굴복하고, 닥친 운명에 대해 오직 자기 자신을 비난하라고 말한다. 72



2. 주술적 사고의 시대: 끌어당김의 법칙


 이라크에서 작전 중에 실종된 병사의 아버지는 CNN에 나와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관해 긍정적인 생각을 전해주고, 그럼으로써 우리를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이야말로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 병사는 일주일 뒤 유프라테스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77


긍정적 관점이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은 아니다. 아직 긍정적 사고라는 이데올로기를 수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강제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은 동기 유발 강사를 초빙하는 한편, 해고되어도 불평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베스트셀러『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같은 자기계발서를 무료로 배포해 긍정적 관점을 의식적으로 주입하려 한다. 요양원에는 억지로 꾸민 명랑함이 넘쳐난다. 78


 

5. 하느님은 당신이 부자가 되길 원하신다


 “하느님은 우리한테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대하십니다.” 186


 핵심 철학에서 기업과 교회는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장애물을 극복하고, 긍정적 사고를 통해 바라는 것을 손에 넣으라고 한다. 204


긍정신학을 받아들인 ‘구하는 자들’의 세상은 직장에서 쇼핑몰로, 쇼핑몰에서 다시 기업형 교회로 아무 이질감 없이 연결된다. 어디를 가든 들리는 메시지는 똑같다. 당신은 멋진 집과 자동차는 물론 쇼핑몰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당신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믿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숨죽인 목소리로 경고하는 어두운 메시지가 놓여 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다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용기를 잃거나 패배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 책임이다. 205



7.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경제를 무너뜨렸나


 1920년대 대공황을 앞둔 시기에는 양극화가 심해지자 부자들의 무절제와 빈자들의 비참함에 격분한 노동운동가와 급진적 활동가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아주 성격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이론가들이 정반대의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다. 그들은 고도로 불평등한 이 사회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노력할 의사가 있는 사람의 삶은 조만간 훨씬,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249-250


 경제적 불평등은 긍정적 사고론자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누구라도, 정말로 누구라도, 단지 자신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 언제든 부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독일인, 캐나다인, 핀란드인, 프랑스인, 스웨덴인, 노르웨이인, 덴마크인에 비해 계층의 상향 이동 가능성이 더 낮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라는, 기분을 풀어 주는 상쾌한 약을 복용하는 데 힘입어 신화는 강화되고 있다.(···) “기회와 상향 이동 가능성에 관한 강한 믿음은 미국인들이 불평등을 잘 감내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조사 대상 미국인의 대다수는 장래에 자신이 평균 소득 이상을 벌 것이라고 믿고 있다(이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50-251


 <시크릿> DVD를 본 여동생은 자기가 그 가방을 가질 자격이 있으며 원하기만 하면 자기 것이라는 생각으로 신용카드를 그었다.

 세속적인 긍정적 사고 관련 글들이 물질적 욕망을 발현하라고 사람들을 부추기는 한편 오스틴이나 달러 같은 목사들은 당신이 아름다운 집을 비롯해 모든 멋진 것을 누리기를 하느님이 ‘바라신다’고 주장했다. 252-253


 리먼브라더스의 고정자산 부문 글로벌 책임자였던 걸밴드(Mike Gelband)는 현실주의를 내세우다 순교한 사람이다. 2006년 말, 부동산 거품을 감지한 겔밴드는 점점 초조해졌다. 2006년 추가 보고에서 그는 CEO 리처드 풀드(Richard Fuld)에게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풀드는 그 부적응자를 바로 해고했고, 그로부터 2년 뒤 리먼은 파산했다. 259


 “당신이 5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에 관해서건 어찌 틀릴 수 있겠습니까? 뭔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것을 실현하는 것과 동격입니다. 당신은 신이 됩니다.”(···) 기업 경영자들은(···) 동기 유발 서적을 직원들에게 뿌렸고, 강연자를 초청해 성공을 시각화해 보라고 부추겼다. 더 열심히 일하고 불평은 덜 하는 직원들을 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다 자신들도 어느 결에 긍정적 사고를 믿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 결과 3조 달러 상당의 연금펀드, 퇴직금 적립 계정, 평생에 걸친 저축이 긍정적 사고가 발산되던 공기 중으로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263-264


 규제 당국, 감시 기구, 무디스처럼 투자 위험을 신중하게 평가한다고 여겨졌던 기업 평가 기관들은 모두 어디에 있었나? 기업 평가 기관이 평가 대상인 기업들의 손아귀에 들어 있으며, 그들로부터 보수를 받는 탓에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공공 부문과 준공공 부문 역시 시장 근본주의, 곧 시장에는 자체 교정 능력이 있으므로 규제의 짐을 지울 필요가 없다는 긍정적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264


 꿈이 산산조각 나면서 담보권 실행으로 많은 사람이 집을 잃었지만, 긍정적 사고의 전파자들은 그들과 똑같이 어둠 속으로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긍정적 사고를 전파하려는 노력에 힘을 더 쏟는 듯했다. 긍정적 사고란 본래 역경 속에서 더 번성하는 법이다. 265



* 맺음말


 칼뱅주의는 가난이 태만을 비롯한 나쁜 습관의 결과라고 했다. 긍정적 사고는 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의식 탓이라고 했다. 희생자를 비난하는 이런 시각은 최근 20년 동안 우세했던 경제의 보수주의와 딱 맞아떨어졌다. 복지 혜택을 받던 사람들은 자부심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렸고, 해고되었거나 해고를 눈앞에 둔 노동자들은 동기 유발 강연장으로 떠밀렸다. 281-282


생각과 감정을 교정하는 내면으로의 여정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협은 현실적이며, 자기몰입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행동을 취해야만 없앨 수 있다.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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