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로얄 (2002)
Battle Royale
7.7글쓴이 평점
[영화감상] 배틀로얄
- 배틀로얄 세대에서 함께하는 세대로
우석훈과 박권일이『88만원 세대』를 집필할 때, 세대 규정 타이틀로 ‘배틀로얄 세대’도 고려했었다고 합니다. 오늘 날 20대가 놓인 상황이 ‘배틀로얄’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배틀로얄>의 세계관은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를 죽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1인이 결정 될 때 까지 게임은 계속되지요.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승자독식’이라는 말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서태지의 <교실이데아>가 생각이 났습니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어쩌면 <배틀로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학교에서 시행된 프로그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곡이 탄생(1993년)한지 벌써 18년이 지났고, 우리는 오늘도 여전한 참혹한 교실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반값등록금을 위한 촛불집회가 진행 중입니다. 무한경쟁을 통해 경쟁자(친구)를 밀어내고 승자독식에 오르는 배틀로얄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 형국입니다. 연대를 통해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치려고 하고 있지요. 물론, 배틀로얄 방식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제도와 대학서열화의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친구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밖에 없는 수능에 반대하는 학생은 소수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값 등록금’을 위한 연대는 자본과 시스템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함께 바뀌어 보려고 하는 노력이지요.
프로그램에 의해서 각자의 목에 폭약이 달린 목걸이가 채워지는 지경이 되면, 정말이지 연대는 어려워집니다. 그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파편화 되어 각기 섬멸되지 않도록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차이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되어야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해야 하는 것은 누가 우리의 적인지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배틀로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인솔 교사인 기타노는 폭력의 가시적 이미지였지만, 실상 프로그램을 작동 시키는 하나의 부속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죽었지만, 여전히 그 프로그램은 작동하겠지요.
우석훈은 불합리하게 착취되고 있는 20대의 상황을 고발하면서 그들이 정치적 세대로 각성되기를 기대했습니다.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예견한 10대들도 마찬가지고요. 과연 지금의 20대가 토플책을 덮고 짱돌을 들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배틀로얄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기대하고, 또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생겨나고 있습니다. 반값등록금 투쟁과 서울대 법인화 반대 등의 움직임은 배틀로얄에 반대하는 움직임의 징후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이미 셋팅 되어 있는 프로그램 안에서 나 하나 살기 위해 친구를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프로그램을 바꿔보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지요. 이러한 노력이 더 많아져, 배틀로얄 세대가 아닌 함께 세상을 바꿔보는 세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영화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감상] 마더 (0) | 2011.06.06 |
---|---|
[영화리뷰] 굿바이 (0) | 2011.06.06 |
[영화감상] 고(go) (0) | 2011.06.06 |
[영화감상] 굿모닝 프레지던트 (0) | 2011.06.06 |
[영화감상] 호우시절 (0) | 2011.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