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사진: Redjal, Creative Commons
[밑줄] 김언수,『캐비닛』, 문학동네, 2006.
이것은 지극히 평범한 캐비닛이다.
8, 90년대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일괄적으로 유행했고,
냄새나는 추리닝이나, 한쪽만 남은 테니스 양말, 바람 빠진 축구공, 기한이 지나버린 자료 들을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쾅! 닫기에 적당한,
볼품없고 낡아빠진 캐비닛 말이다.
상상할 필요도 없이 ‘캐비닛!’ 하면 바로 떠오른 것!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에이 설마?’ 하면서 슬그머니 떠올라 있는 그것,
그래,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캐비닛의 제대로 된 모습이다. p.7
제1부 캐비닛
첨탑의 감옥이 비어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에 죄수가 없으면 도시 전체의 도덕률이 흔들렸고(흔들린다고 이 도시의 노인들은 굳게 믿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몹시 심심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땅한 대기자가 없는 불행한 죄수는 자신의 죗값보다 훨씬 더 긴 형기를 그 속에서 보내기도 했다. p.16
루저 실바리스는 잃어버린 상피에르를 한 줄씩 써내려가야 했을 것이다.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테니까. 루저 실바리스가 한 줄씩 써내려갈 때마다 돌로 변한 도시에 다시 도로가 나고, 그 위로 우유를 가득 실은 마차가 지나간다. 화단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사람들이 다시 시장에서 웅성거리고, 순한 양들은 살찐 엉덩이를 부딪치며 목동을 따라간다. 그리고 멀리서 아름다운 애인 알리사가 손을 흔들며 웃는다. p.22
아니, 가질 만큼 가지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왜 휘발유 따위를 마시고 있는 걸까? 그들이 스테이크나 빵 대신에 휘발유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휘발유가 다른 식단보다 육체와 정신에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휘발유의 어떤 성분이 도시에서의 삶을 자동차 엔진처럼 규칙적이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어떤 순간에도 휘발유만 넣어주면 되죠. 잠이 부족하다거나,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다거나 하는 문제들로 일을 그르친다면 곤란하죠. 그것은 결코 프로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런 태도로는 현대사회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식단이 이런 문제점을 낳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빵과 고기만으로 이루어진 식단은 인간을 결국 신뢰할 수 없고 게으른 존재로 만들죠. 휘발유는 인류의 새로운 대안입니다. 주위를 보세요.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속도의 천국이죠. 그러니 언제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p.24 (강조는 인용자, 이하 동일)
변화된 종의 징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마땅한 정의가 학계에 나와 있지 않아 우리는 그들을 ‘징후를 가진 사람들’ 혹은 ‘심토머(symptomer)’라고 부른다. 심토머들은 생물학과 인류학이 규정한 인간의 정의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다. 그들은 현재의 인간과 새로 태어날 미래의 인간 사이, 즉 종의 중간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쩌면 최후의 인간일 수도 있고 어쩌면 최초의 인간일 수도 있다. p.30
“이것은 무슨 인류학 박물지 같은 것입니까?”
내가 처음 13호 캐비닛에 대해 물었을 때 권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성경의 끝이지. 인간이란 종의 마지막 단계고. 그리고 새로운 종의 시작이지.” p.31
하여간 이동경로는 복잡했지만 어쨌든 인류는 전 세계에 퍼져 이십만 년 동안 생육하고 번성했다. 지구를 쓰레기 소각장처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화성이나 목성에 우주선도 보내고, 햄보거용 소고기를 만들겠다고 아마존 강 밀림을 삼분의 일쯤 밀어버리고 하면서.
그런데 권박사의 말에 따르면 그 인간이라는 종의 무대가 이십만 년 만에 드디어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이다.(···) 왜 그러냐고? 글쎄, 인간이라는 종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화의 내적 질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단다. 하지만 이거 웃기지 않은가. 지구의 외적 환경이나 내적 환경도 아니고 인간이 스스로 만든 질서를 견딜 수 없다니.(···) 그것은 도대체 무얼 뜻하는 것일까? 마치 인류가 이백 년 전에 만들어 낸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인간사회의 이곳저곳을 빨아먹고서 이제 인류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괴물로 자라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p.32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지난 역사 동안 재앙과 질병과 광기로 치부되어왔던 새로운 종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진화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정체불명의 악독한 마법에 걸린 채 의료보험 혜택도 마땅한 진료도 상담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육체와 정신은 황폐해졌고, 본의건 타의건 세상과 멀리 떨어져버려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과학의 현미경에서 벗어나면 뭐든지 마법과 이단이 되어버리는 이토록 이상한 과학의 세상에서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이 골방에 처박혀 답답하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심토머’들의 이야기다. p.33
우리들의 과학이란 이렇게 편리한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존재를 무시당한 이 남자의 슬픔과 분노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 남자의 끔찍한 두려움과 공포는 ‘나는 왜 입에서 불이 나가는 걸까?’가 아니다. 이 남자의 두려움과 공포는 ‘나는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이다. p.34
‘은행 나무는 건강합니다. 저도 건강하구요. 이제 은행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깊은 산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면 더 이상 소식을 전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잘할 것입니다. 제 몸속에 생명을 심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제가 살아온 삶 중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내 몸에는 은행나무가 자라지 않으므로 어떻게 흡혈귀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끔찍한 나무 때문에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분명 행복하다고 말했다. p.42-43
나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의사는 아니며, 공군에 근무한다고 모두가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조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투기가 거꾸로 날거나 논두렁에 처박혀서 경운기의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선 누군가 그 큰 바퀴를 제대로 갈아끼우고, 비행기 이곳저곳을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하며, 또 누군가는 깃발을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종사와 비행기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나지 않는 일을 해줘야만 비행기가 논두렁이나 하수구에 처박히지 않고 하늘을 제대로 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 대표성의 잣대에 기대지 말고 개별성의 잣대로 사람을 대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p.56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폐허를 가질 용기도, 무책임을 가질 용기도 없어서 우리는 항상 피곤하고 지쳐 있는데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현대인은 아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해요. 전기가 발명되고 매머드 도시가 등장한 이후로 현대의 밤은 일종의 교란상태에 빠져 있죠. 게다가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바로 불안이에요. 보험, 증권, 부동산, 주식······ 현대 경제는 불안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알다시피 불안은 숙면의 최대의 적이에요. 그리고 불면은 다시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거죠.(···) 신의 섭리에 따르면 삶의 반은 일하고 나머지 반은 꿈을 꾸어야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p.78-79
그래서 2세대 메모리모자이커들에게는 불행한 사고가 많이 있었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기억을 지우려 했던 한 칠레 이민자 여성은 편두통을 이기지 못하고 믹서 칼날로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자살했으며,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받은 기억을 지우려 했던 미국 동부의 한 여성은 인근 초등학교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참극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이커들은 말한다.
“나쁜 기억을 가지고 사는 것은 더 치명적이고 더 위험한 일이죠. 왜냐하면 나쁜 기억과 더불어 사는 삶은 지옥 그 자체니까요.” p.99-100
붉은장미 모임의 회원들은 사라진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들은 사라진 시간을 다시 찾길 원한다. 그러나 그들이 찾는 진실은 그들에게 결코 행복을 주지 않을 것이다. 불행한 기억이기 때문에, 그 기억과 더불어 살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기억을 지웠을 것이다. 그들은 왜 상처받은 기억을, 그토록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을 다시 찾고 싶어할까? 왜 고통스러운 진실과 대면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들이 상처의 원인을 잊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기억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이 지워버렸던 상처의 원형을 보게 된다면 그들은 다시 기억을 지우려 할 것이다. p.105-106
저는 빚 때문에 안구를 팔아서 눈도 가짜입니다. 손가락은 나무토막, 눈은 플라스틱. 비참한 기분이 들죠. 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두고 보세요. 22세기가 되면 모든 인간은 물건을 닮아 있을 겁니다. 아니라면 모든 물건이 인간을 닮아 있겠지요. 둘 중에 하나는 분명합니다. 물건과 인간은 서로 닮아가고 있으니까요. p.119
22세기에는 탁자도, 꽃병도, 술잔도 인간들처럼 사랑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받으며, 지독한 외로움에 떨게 된다는 말일까? 아니라면 22세기에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도 않고, 서로 미워하지도 않아서 외롭지도 상처입지도 않은 채 저 물병처럼 저 탁자처럼 그저 자기 자리에서 우투커니 살아가게 된다는 말일까. p.120
명동백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오백 명이 넘는 여자와 섹스를 했고 그 여자들을 일일이다 사랑했다고 극구 주장하는 희한한 놈이다. 명동백작은 술자리에서 ‘사랑은 통조림 같은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에도 통조림처럼 유통기한이 있고, 주의사항이 있고, 가격표가 붙어 있다. 지갑을 열어 자신의 구매력을 살펴본 다음 가격표를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유통기한 내에 사랑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순조롭다.
어쩌면 이 도시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통조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돈과 깡통따개와 유통기한을 확인할 작은 관심만 있으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비슷비슷하며, 또 안전하고 맛있는 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 p.126-127
불과 만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네. 모든 사람들이 인간보다는 동물이 되고 싶어했고 동물을 숭배했다 이말이지. p.148
1997년은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해였다. 은행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
(···) 구급차에 실려갈 때 엄마는 죽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지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 그게 좋은 거야.”(···)
화장터 소각로에 엄마를 넣은 후 나는 외삼촌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고아가 되었어요.”
그러자 외삼촌은 바닥에 담배를 비벼끄며 말했다.
“누구나 결국엔 고아가 되지.” p.165
제2부 천국의 도시
고향이라, 재미있는 말이군요. 고향이라는 말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머물죠. 거기서 밥을 먹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죠. 축구도 응원하고 단지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한국에서 저는 잘못된 시간을 살았어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뭔가 잘못되어 있었던 거죠. 저는 이제 행복한 삶이 뭔지 압니다. 멀리멀리 돌아서 여기까지 왔어요. 저는 고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가끔씩은 고향을 잊어버리고 유목민이 되어야 하죠. p.179
별명이 황소입니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죠.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고요. 실제로도 그랬어요. ‘박부장 없으면 우리 회사는 벌써 문 닫았지.’(···) 내가 사라진 동안 회사에 난리가 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별거 없더군요. 내가 맡은 팀은 다른 팀장이 맡아서 잘하고 있었고, 회사는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고 있더군요.(···) 허탈했어요. 마치 주요 부품이 빠진 기계처럼 폭삭 내려앉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황소처럼 달렸는데, 결국 나는 핵심 부품이 아니었던 거예요. 나는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던 거죠. p.181
혹시 알아요? 너무 열심히만 살았는데 갑자기 쾅! 하고 시간이 사라져서 할머니가 되어 나타나면 어떡해요.(···)
우리는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삶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 만한 멋진 날이 몇 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p.182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계획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마세요.
남들보다 성공하겠다고 너무 바동거리지도 마세요.
그런 짓을 계속하면 시간이 왕창 사라집니다.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건 적금 만기 하루 전날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것처럼 억울한 일입니다. p.184
이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시간의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가 ‘제멋대로의 시계’를 가지고 있는 우주의 본질적 질서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우주적 질서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관점을 보여 주는데 그것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바벨의 시계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하나의 파시즘적 질서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제멋대로 시계를 차고 있기 때문이다. p.199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삶의 방식 이외에도 아주 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얼토당토않고 무모해 보여도 그것은 그들이 이 세계를 견디기 위해 나름대로 고안한 필연적인 질서라는 것을 모른다. 모르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p.201
이 식사시간을 보라. 이것은 정말 13호 캐비닛만큼이나 비현실적이지 않는가? 단지 직장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저 돼지 같은 년 어떻게 안 보고 사는 방법 없나?” 따위의 말을 면전에다 할 수 있는가. 그건 솔직히 진짜 돼지한테도 해선 안 되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 아무도 분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 나이 열다섯에 그 넘치던 분노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p.221
왜냐고요? 당연히 능력을 키워서 성공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어서 부유해지고 싶으니까 그런 거죠. 권력과 부. 그것이 자본주의의 유일한 목표 아닌가요? p.235
간섭은 나쁜 겁니다. 인간은 타인을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히치하이커의 배출구로 한번 살아봐야 하죠. 인간은 육체와 정신을 통째로 빌린다 해도 결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타인의 입장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니 함부로 타인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거기서 끔찍한 폭력이 발생합니다. p.237
키메라 파일이 있다면 기업은 그것을 결국 손에 넣을 겁니다. 기업은 강력하고 집요한 집단이니까요. 그들은 이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결코 포기하는 법도 없죠. p.244
권박사는 심토머들이 인간과는 다른 새로운 종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나는 권박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심토머들이 여전히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종 말입니다. 단지 심토머들은 조금 아픈 거죠. 정체모를 병에 걸려서.”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아니기를 바라지만.”
“아니기를 바라세요?”
“자넨 인간이라는 종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나?”
“예.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반성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요.”
“반성하는 존재라. 웃기는 소리군. 내가 스무 살 때 전쟁이 있었지.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개울가에서 깔깔거리며 같이 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이데올로기 때문에 두 패로 나누어졌지. 끝없는 살육과 복수가 있었어. 어느 날 나는 한패가 다른 한패 모두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는 걸 봤어. 일렬로 줄을 세워놓고서. 한 사람이 한 명씩 찔렀지. 그리고 그들은 초등학교 뒤편에 구덩이를 파고 시체들을 거기에 밀어넣었어. 아이들이 뛰어노는 초등학교 뒤편에 말이야. 자네는 그것이 이데올로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나?”
“······”
“지난 오십 년간 인간에게 그 시대를 반성하는 역사가 있었나?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지. 자신의 아파트 평수나 지키기 위한 하찮은 이유들로. 나는 인간이라는 종을 증오해. 치욕스러워. 인간은 그것보다 더한 짓도 할 만한 생물이지.”
“심토머들은 다를까요?”
“모르지. 하지만 나는 더 아름다운 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더 이타적이고, 더 따뜻하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항상 이웃의 삶과 같이 생각하는 박애적인 종이 이 지구 위에 번성했으면 좋겠어.” p.254-255
“왜 심토머들이 생겨나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글쎄요. 이 도시가 과연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묻는 게 더 먼저겠죠. 종은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진화하지 않으니까요. 진화할 필요가 없으니까 진화하지 않는 거죠. 만약 도시가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고, 미래에도 계속 그럴 거라면 결국 인간이 변해야 하겠죠. 그건 진화의 문제가 아니라 종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니까요.”
“그럼 심토머들은 괴물인가요?”
“괴물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어요. 가면이 벗겨진 괴물들은 모두 무해한 존재들이니까요.” p.276-277
“혹시 그런 문제입니까? 사람들 속에서 외롭다거나, 혹은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외롭다고 느끼는 편이에요.”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고요?”
“아뇨, 저는 사실 그 반대 입장입니다.”
“반대 입장이라뇨?”
“우리는 사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별 도리가 없는 겁니다. 그건 이런 말이죠.
당신 외로운 것 알아. 당신도 나만큼 외롭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외로워지는 거죠. 결국 같은 말이지만.” p.286
표를 열심히 모아요. 공연장, 콘서트, 전시회, 음악회, 영화관. 갈 때마다 항상 표와 팸플릿을 챙겨두죠. 여행을 가거나 어떤 곳을 처음 가볼 때도 마찬가지죠. 내가 여기에 왔었다는 흔적이 남는 거라면 무엇이든 괜찮아요. 기념품이나 볼펜 같은 거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반드시 명함을 받아서 챙겨두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시에서의 생활이라는 건 실체가 없어지니까요. 지난 일 년 동안 뭘 했지? 스스로 그런 질문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아무것도 대답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무서워져요. p.287
귀에서 자꾸 벨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핸드폰을 열어보면 전화가 온 건 아니거든요. 지난 몇 달간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단 한 통의 전화도 오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은 나라는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죠. 무서웠어요. 그래서 먼저 전화를 걸 수도 없었죠.(···) 오늘은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을까. 그러면 정말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해야지. 깜짝 놀랄 선물도 마련할 테야. 그러나 전화는 계속 오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내가 이렇게 외로운데. p.290
“저도 심토머인가요?”
“아뇨, 당신은 심토머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은 아직 이 도시에서 견딜 만합니다.” P.293
제3부 부비트랩
모압(···)이라는 폭탄이 있다.(···) 이것은 핵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무기 중에 가장 파괴력이 큰 폭탄이고, 더구나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에 걸쳐 공중폭발을 해서 살상반경 안에 있는 모든 생물을 깡그리 죽이는 살벌한 녀석이다.(···)
이렇게 덩치가 크고 이동이 불편한 폭탄을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첫째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무척 싸고, 둘째 핵폭탄이나 화학탄처럼 전쟁에 사용했을 때 세계 여론의 지탄을 받는 질 나쁜 이미지의 폭탄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연료성 기체뿐만 아니라 산화알루미늄까지 같이 분사되어 폭발하는 통에 훨씬 더 치밀하고 잔혹해졌지만, 여론이 볼 때 이건 그냥 베트남 전쟁에 사용된 네이팜 탄 같은 기화폭탄의 발전형이고 분류상 재래식 폭탄이다.(···)
한센 브라운은 착한 사람이다. 그는 성실한 가장이고, 좋은 아버지며, 지역사회를 위해 보이스카우트 시절부터 쉰 살이 된 지금까지 이민자들과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한센 브라운은, 매일 아침, 모압을 제조하는 군수회사로 출근한다.(···)
“그래, 아빠는 날마다 거대한 불행을 제작하지. 하지만 아빠가 지구 반대편에서 터질 불행을 제작하지 않는다면 그 불행은 우리집 응접실이나 너의 예금통장 같은 데서 터지겠지.” 297-299
퍼스컴이라는 부비트랩이 있다.(···) 부비트랩은 여덟 개의 지뢰가 한 세트로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지뢰에 연결된 인계철선(trip-wire) 중에 어느 하나라도 건드리면 여덟 개의 지뢰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한다.(···) 불행이 꼭 이 부비트랩과 닮아 있다. 마치 하나의 불행이 다른 불행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인계철선 하나를 건드려 터지기 시작하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든 불행이 연쇄적으로 터져나온다.
부비트랩은 함정이다. 그것은 낚시처럼 누군가가 미끼를 던져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부비트랩을 설치한 사람은 오로지 불행의 양에만 관심이 있다. 미끼에 걸려든 사람의 상태가 더욱 불행할수록 그의 함정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비트랩의 얄미운 점은 부비트랩의 설치자가 익명 속에 숨어버림으로써 ‘대결’ 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부비트랩은 유혹과 실수로 짜인 매커니즘이다.(···) 우리가 만약 우리 자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 우리 일상의 곳곳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곳곳에 얼마나 많은 부비트랩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퍼져 있는지를 알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당신은 이 거미줄로부터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우리 일상에 깔린 불행의 부비트랩은 너무나 많고 또 너무나 정교하다. 권력의 역사는 부비트랩의 역사다.(···)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자신도 안전할 수 없는 부비트랩을 계속해서 설치한다.(···) 내 앞이건 내 뒤건, 내 연인이건 내 원수건, 누구라도 선을 건드리면 이 불행들은 연쇄적으로 터질 것이다. 나 하나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당신과 나는 ‘유혹’과 ‘실수’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상냥한 얼굴을 한 아저씨가 매일 아침마다 출근을 해서 우리를 위해 거대한 폭탄을 제작하고 있다. p.300-302
맥도날드 같은 거대 패스트푸드 외사들이 햄버거용 소고기를 얻기 위해
아마존 강 밀림을 태우고 있다고 하더군요.
매시간당 무려 칠천 곳에서 말입니다.
그 말은 지금 속도로 백 년이 지나면 아마존 강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고
지구에서 산소가 점점 희박해질 거라는 얘기고
결국엔 지구에서 생명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아무도 맥도날드를 막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왜 그런지 아십니까? 당신같이 이기적인 사람들이 지구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구 밖으로 꺼져버리기만 한다면
지구는 다시 평화를 찾을 겁니다.” p.310
“빌어먹을, 아예 팔을 자르지 그래”(···) 그는 진정가위로 내 손가락을 잘랐다. 나는 남은 손가락을 세어보려고 했지만 남은 손가락 개수가 잘 세어지지 않았다.(···) 사내는 겸손하게 “이것은 그저 제 일일 뿐입니다. 저는 빌딩 청소부나 관광서 공무원, 혹은 우편배달부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죠.” p.332-333
진통제를 놓았는지 잘린 부위는 여전히 아프지 않았다. 사내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내가 신음소리를 내자 사내가 내 쪽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당신에겐 결국 키메라 파일이 없군요. 일이 이렇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처음에 말했다시피 인간이 인간을 믿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저는 당신이 키메라 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기업도 그것을 믿어줄지는 의문입니다. 기업에 제출할 제 보고서가 설득력이 없다면 기업은 다른 사람을 보낼 겁니다. 조심하십시오. 당신이 키메라 파일을 구할 수 없다면 당신은 평생 도망다녀야 할 겁니다.(···)” p.333
아무 의미가 없다니. 이게 왜 아무 의미도 없단 말인가. 이건 나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하지만 택시 기사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p.340
나는 싸울 힘이 없고 싸울 수도 없다. 나는 부비트랩의 인계철선을 건드렸다. 나는 이 세계의 불행과 같은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나와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일들이 어느 날 내 삶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온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내가 바보였다. 하지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p.346
* 수상작가 인터뷰
“돈이 필요했으니까요. 집안에 빚이 있었어요.(···) 글도 써야하고 학교도 다녀야 하는데 학원강사 월급 받아 꼬박꼬박 이자 내며 빚 갚으려니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한 십 년 눈 딱 감고 빚만 갚아야 할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때 마침 모 일보에서 일억원짜리 소설 공모를 내 놓았기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장편소설을 쓰기로 했죠.(···)” p.372
“이번에 응모작품이 112편이었다더군요. 그 말 듣고 살벌했어요. 자그마치 112명이 나처럼 산이나 집 안에 틀어박혀서 몇 년씩 글을 썼을 거 아니에요.(···) 제 경우엔 최소한의 생활비를 대준 친구가 있었어요. 원래 저랑 같이 소설 쓰다가 가난 때문에 장사를 시작한 춘섭이라는 친군데 ‘언수야 내가 세계문학을 위해서 한번 쏜다’ 하며 이 년 동안 매달 1일마다 오십만원씩 보내줬어요.(···)” p.373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IMF 때문에 집안이 쓰러졌어요. 집안 빚도 그때 생긴 거고. 생활비를 벌려고 단란주점 웨이터도 하고 공사판도 가고 공장도 다니고 그랬어요. 근데 공장은 안 좋더라고요. 하루에 열세 시간씩 일했는데 월급이 삼십일만오천원이었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수습기간 석 달이 지나야 월급이 제대로 나온대요. 참나, 방학이 석달인데.”
“자아의 거대한 시뮬레이션. 쿤데라의 정의죠. 저는 이 말을 조금 바꿔서 소설이 인간의 조건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건을 기술하거나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어떤 상황 속에 집어넣고 인간의 조건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거죠.” p.377
“참 이상한 인연인데요. 일 년 동안 쓴 첫 장편소설 응모한 게 떨어지자 절망이 엄습했어요.(···) 글을 써서 밥 벌어먹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정말로 글을 써서 한달에 팔십만원이나 백만원쯤 버는 게 유일한 꿈이었어요. 근데 그게 내 수준으론 불가능하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불가능하니 어떻게 해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낮에 일하고, 밤에 틈틈이 글을 써서 십 년이면, 그러니까 십 년 정도 되면 세상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거예요(···)” p.377-378
“그것은 육체의 건강성과 정직함 같아요. 제가 만나왔던 많은 사람들이 지지리 가난하고 힘들거든요. 빚도 많고, 일도 안 풀리고, 앞도 안 보이고, 사는 건 팍팍하고.(···) 그런데도 엄살떨지 않아요. 그런 거대한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기가 아프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전염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어떤 건강성과 삶의 정직성이 있어요.(···) 막상 들어보면 심각한데 ‘인생, 뭐 별거 있냐? 그냥 가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그 술자리가 넘어가고, 또 한 시절이 넘어가고. 시간이 지나서 보면 나아진 것도 아무것도 없고 분위기는 여전히 임진왜란인데 술자리에서 보면 그렇게 웃어대고 즐겁고 그렇거든요. 그게 저는 우리네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육체의 건강성과 정직함이 아닐까 싶어요. 뭘 해결하는 게 아니라 웃음으로 삶을 견디는 거죠.(···)” p.382-383
“(···)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소 대신에 해학적인 웃음으로, 자조가 아니라 건강한 푸념으로 어려움을 넘기죠. 그러면서 그 시간들을 견디고, 그 시간들을 풀어냅니다. 바로 여기가 이야기가 탄생하는 순간인데 저는 그 이야기를 캐비닛에 담는 것이죠. 있는 그대로, 훼손시키지 않고 고스란히 말이에요. 그게 ‘있다’의 세계이고 소설쟁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소설가가 이야기를 담아두는 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야기를 허름한 캐비닛에 보관하는 사람이죠.(···)” p.383
* 수상소감
삼 년 동안 단 한푼도 벌지 않았는데 나는 밥을 굶은 적도, 술을 굶은 적도 없었다. 뻔뻔스럽게도 잘도 살아왔다. 소설은 내 삶의 단 한 끼도 구원하지 못했다.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가족과 선생과 친구들이 이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고서 돈을 벌었기 때문이며, 내가 그들에게 돈을 받을 만큼 뻔뻔스러웠기 때문이다. p.388-389
나의 선생은 소설쟁이가 농부, 어부, 막노동꾼처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신성한 밥벌이를 하는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두 수쯤 아래에 있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선생이 틀렸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허영이므로, 소설쟁이는 그들보다 최소한 세 수쯤은 아래에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작가에게 관용이란 걸 베풀 필요가 없다.
당신이 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고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올려라.(···)
귀싸대기 맞을 각오는 되어 있다. 39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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