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앨범리뷰] 검정치마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스크랩)

두괴즐 2011. 8. 4. 09:36


검정치마 2집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1. 이별노래 

2. 무임승차 

3. Love Shine 

4. 외아들  

5. International Love Song 

6. 날씨  

7. 아침식사 

8. 음악하는 여자  

9. 젊은 우리 사랑 

10. Ariel 

11. 기사도

12. 앵무새



* 출처: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3099&bigcateidx=1&subcateidx=3&mrbs=1&history=1


검정치마(The Black Skirts)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데뷔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사가들은 밋밋하고 평이한 결과물이라고 몰아붙일지도 모르겠다. 매혹적인 뿅뿅거림과 중독적인 멜로디는 로파이(Lo-Fi)한 어쿠스틱과 함께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놀랍도록 분방했던 4차원의 가사들도 '힐난'과 여전히 벌어져 있는 '상처'로 한 톤 다운된다. 2집에 대한 혹독한 부담에 대한 답은 '깜짝쇼'가 아닌 조휴일의 '속내'였다. 

좋은 일만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싶었지만
배신으로 물든 갑판 닦아 줄 수 있는 믿을만한 선원도
하나 없이 홀로 물을 가르네 슬퍼라

배가 떠난 부둣가에 빌어먹을 선원의 노래
발만 겨우 담가 놓고 모험담이 끊이지 않네
나를 팔아먹은 사람들을 기억하기엔 내 갈 길이 멀어서
두 번 다신 돌아보지 않으리 슬퍼라
-'이별노래' 중에서


믿을만한 선원 하나 없어 슬프지만 셔플리듬으로 시동을 건 배는 두터운 코러스의 벽을 만들며 힘차게 항해를 시작한다. 신인에게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과 소속사와의 결별 등의 여러 정황속에서 그의 혼란과 좌절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짓말', '열번도 속아줄테니' 등의 단도직입적인 단어는 '무임승차', '외아들', '아침식사'등에도 계속 응어리로 맺혀있다. 미국에서 건너온 이방인의 시선은 좁게는 음악판 넓게는 대한민국의 뒤틀린 단면을 정확히 조준해, 독설에 가까운 따가운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Love shine', 'International love song', '젊은 우리 사랑'에는 컨트리(Country)풍의 리듬과 패턴이 더해졌다. 안타깝게도 이 장르는 헤비메탈과 랩의 요람속에서 자란 1980년대 이후의 한국 감성과는 이질적이라는 취약점을 가진다. C-Am-Dm-G의 쉬운 코드 진행은 친숙하지만 곡들을 비슷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전작에서 돋보였던 싸비나 화려한 연주를 찾기 힘든 것도 '어딘가 허하다'고 느껴지는 결정적 이유다.

이에 비해 속도감 있는 '무임승차', 가사에 뼈가 있는 로큰롤 '외아들', 트로트 고고가 연상되는 '날씨'는 명징하고 선명하게 들린다. 1집과 가장 유사한 '복고풍' 무드와 점성도 높은 '찰기'의 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작과의 차이가 있다면 국적을 넘나들던 코스모폴리탄적인 성향이 희석되고 오히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색과 가까워졌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개로 빗대어 19세 딱지가 붙은 '강아지', 홍대 동네 수퍼 로큰롤 스타라며 인디밴드의 단면을 풍자했던 '아방가르드 킴(Avant Garde Kim)' 같은 짜릿한 문제작도 여전하다. '음악하는 여자'에서는 누구라고 콕 집을 순 없지만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상대에게 '음악하는 여자는 징그러' 라며 도발을 건다. 거기에 '밤'과 '방'을 주무대로 한 '기사도'는 일찌감치 외설 논란에 불을 붙였다. 

힘차게 항해를 떠난 배는 어쩐 일인지 해일에 먹히기 직전이고, 결국 앨범의 마지막 장에는 허우적거리는 손만 둥둥 떠있다. 사람과의 '관계'라는 암초에 부딪혀 심해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걱정하지마 자기야 (물에 빠진 게 아니라) 그저 수영하고 있을 뿐이야!” 소포모어 앨범은 한국과 미국의 사이, 사람과 사람 복판에 존재하는 '바다'에서 겪은 심정을 참담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담았다. 그의 말처럼 이 음반은 검정치마 2집이라기 보다는 조휴일의 독백, 독집에 가깝다. 모질고 씁쓸한 한국음악판상륙기 말이다.
2011/07 김반야(10_ban@naver.com)




* 출처: http://www.weiv.co.kr/review_view.html?code=album&num=3024


서른 즈음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이 앨범에서 받은 첫인상은 당혹감이었다. (‘미쿡 출신’이라는 조휴일의 이력을 구태여 들이밀지 않더라도) 분명 검정치마의 첫 앨범 [201](2008)은 그 안에서 다양한 형식을 제시할 뿐 아니라 앨범 전체적으로는 2000년대 영미권 인디씬과의 동시대성을 지닌, 그 해 한국에서 가장 야심차고 ‘힙’한 앨범이었다. 즉 [201]은 칵스나 포니, 아침을 비롯하여 ‘본토’의 재현에 무게를 실은 듯 보이는 한국산 개러지 리바이벌의 효시였다. 그러니 검정치마를 “서구적인 한국 인디팝의 창시자!”라고 지칭한 음반사의 홍보자료는 비록 여러가지 측면(검정치마 이전의 한국 인디는 '서구적'이지 않았는가?)에서 굉장히 ‘돋을’지언정, 아예 탈맥락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에서 [201]의 흔적은 좀체 찾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이 앨범에서는 “좋아해줘”가, “강아지”가, “Antifreeze”가 재현되지 않는다. 되려 오프닝 “이별노래”의 완연한 컨트리(그렇다, 컨트리!)풍 도입부는 검정치마의 새로운 방향성, 또는 외도를 직접적으로 대변한다.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은 [201]의 ‘뿅뿅’ 사운드와는 대체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며, 포크와 얼트-컨트리를 중심으로 힘을 빼고 차분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조휴일은 “배가 떠난 부둣가에 남아 떠도는 뱃사람 / 검은 파도 무서워서 갑판에 발도 못 댔네”(역시 “이별노래”)을 시작으로, 한없이 쿨하기만 했던 1집의 그것에 비해 확연히 개인적이며 종종 자조적이기도 한 가사를 읊조린다. 게다가 [그저 수영하고 있을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마지막에는 “내가 어떻게 이 바다 위에서 살아남을지 나도 궁금”(“앵무새”)하다 고백하는 조휴일의 노랫말은 지난 3년간 그가 겪어온 (개중 일부는 익히 알려진) 일들을 연상하거나 상상토록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산울림을 재현하는 “날씨”나, 제목에서 곡 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7080’스러운 “젊은 우리 사랑”이 그렇듯 [201]에서 두드러졌던 무국적성이 이 앨범에 이르러서는 상당부분 희석된 듯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들이 이례적 성공을 거둔 [201]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적 산물인지, 혹은 형식적으로나마 밴드 구성을 취하고 있었던 검정치마가 완전히 원맨밴드로 재편되면서 자연스럽게 도달한 지점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이 밴드 검정치마의 작업물이라기보다는 조휴일 개인으로서의 작업물에 가까워 보이게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물론, 외형적인 방법론이 달라졌을지라도 여전히 조휴일은 날카로운 유머가 담긴 가사(“외아들”이나 “아침식사”, “음악하는 여자”를 보라)를 쓰며, 캐치한 멜로디와 좋은 훅을 만들어낼 줄 아는 뛰어난 송라이터다. 

그러나 인상깊은 오프닝 “이별노래” 이후로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차분하고 ‘성숙’된 나머지 간혹 평이하게까지 느껴지는 곡들(예컨대 “Love Shine”이나 “International Love Song”, “앵무새”)이 아니라 “외아들”이나 “날씨”처럼 비교적 에너제틱한 업템포 트랙, 말하자면 그나마 [201]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에 존재한다. 딱히 방향성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 오히려 이것은 에너지의 문제다. 이전의 검정치마를 지탱하고 차별화하는 두 축이 에너지와 멜로디였다면, 이제 '새로운 검정치마'는 에너지를 상실한 채 오직 멜로디만이 감지된다. 글쎄, 어쩌면 앞서 언급한 밴드 포맷상의 변화나 노랫말에서 미루어 짐작되는 ‘피곤한’ 개인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 동안 검정치마, 아니 조휴일이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뭐 어쩔 도리가 없는 노릇일 게다.  20110726 


임승균 obstackle1@gmail.com | editor


 album rating





* 출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804


<선정의 변> 8월 1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검정치마의 두 번째 앨범은 지난 1집 [201]에서 들려줬던 그의 성장일기 전편에 이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아플 수도 있는 따끔한 시선으로 바라본 느낌이 여전히 날선 노랫말에 담겨 있다.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검정치마가 오히려 한국의 어느 대중음악가보다 간결하고 뼈있는 은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풀어낸다. 선정위원들은 최신 인디록 뿐 아니라 컨트리, 70~80년대 한국의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경계에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에 집중한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에 작은 갈채로 보답하고자 한다. 큰 비로 입은 피해와 답답한 여러 현실이 여름나기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즘, 그의 2집이 보여준 호쾌한 스윙에 빙수보다 더 시원한 청량감이 담겨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이광훈>


검정치마는 앞으로 한국 음악씬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될 존재임은 분명하다. 한국 인디씬에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거나 혹은 비껴갔던 수많은 밴드들처럼 업템포의 스타일로 등장했던 그가 이번에는 작은 기타 하나를 둘러메고 조용히 하선했다. 예상대로 세상은 조금씩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예상과 다른 모습이지만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음악은 여전히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고, 가슴을 찌른다. 그의 종잡을 수 없는 음악을 무어라 표현해야 가장 잘 어울릴까, 그것은 풀기 힘든 숙제인 듯하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한승범>



<뮤지션 소개> 검정치마

본명 조휴일. '검정치마' 만큼 특이한 본명. 미국에서는 브라이언이라고 대부분 부른다고 한다. 일요일에 태어나서 '휴일'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2004년 뉴욕에서 결성한 3인조 아마추어 펑크 록 밴드로 시작됐지만 2006년부터 1인 프로젝트 밴드로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2008년 11월에 첫 번째 앨범 [201]을 내고 2만 장을 팔았다. 당연히 주목받는 뮤지션의 대열에 합류한 그는 7회 한국대중음악상 모던록 부문 올해의 음반상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09년에 자신의 이름(조휴일)으로 비정규 앨범을 냈다. 일반적인 유통경로를 통하지 않고 '도기리치' 사이트를 통해서만 구입 할 수 있는 데모 모음집의 성격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일찍 잠에서 깬 새벽의 침실 분위기 같은 몽롱함과 선명하지 않은 미완의 색다른 분위기를 로우파이(low-fi) 레코딩으로 담아냈다. 대중적인 평가는 유보됐지만, 현재의 '검정치마'를 엿볼 수 있는 음반이었다. 2011년 여름, '검정치마'는 1집처럼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시작된 항해일지의 완성을 우리에게 공개한다.



<전문가 리뷰> 촌철의 노랫말로 돛을 부풀린 뱃사람의 노래를 듣다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이광훈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검정치마'의 2집이 도착했다. 낡은 줄무늬 셔츠와 해풍으로 소금기가 내려앉은 선원의 모자는 순탄치 않은 항해의 고단함이 역력해 보인다. 하지만 뭍으로 건너오는 발걸음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있다. 흥미진진했던 여정의 노래를 가득 기록한 항해일지가 그 이유이겠다.

그는 떠나기 전에 통기타 한 대를 배에 실었다. 그리움이 사무치게 밀려오는 날이면 기타가 벗이 되어 위로해주었다. 뱃전에 앉아 기타를 퉁기며 부른 'International Love Song'은 꿈속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보내는 사랑가다. 'Love Shine'에는 꼭 돌아올 테니 날 위해 기도해 달라는 당부를 담았다. 뱃사람을 뭍으로 돌아오게 하는 다짐이다. 왜 그는 망망대해를 건너야 했을까? 왜 선원 한 명 없이 단독 횡단을 감행한 걸까? '이별노래'에서 머물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배신으로 물든 갑판 닦아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선원도 / 하나 없이 홀로 물을 가르네. 슬퍼라.' 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나를 팔아먹은 사람들을 기억하기엔 내 갈 길이 멀어서 / 두 번 다신 돌아보지 않으리. 슬퍼라.' 라고 마음을 다잡는 뱃사람의 배포를 들어낸다. 그렇다고 쉽사리 용서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무임승차'가 그 증거다. 뱃사람이 된 노래꾼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검정치마'의 두 번째 정규앨범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은 12곡의 수록곡으로 구성된 성장소설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꼭짓점들을 조금 다른 성장 배경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오히려 명쾌하게 꼬집어 내는 통찰이 속 시원하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치유하는 모습이 어른스럽다. 그래서 멜로디가 부수적이고 노랫말이 중심이 되었다. 딱히 인트로가 있는 곡도 거의 없다. 코드 진행도 단순하다. 대신에 다양한 장르의 도입으로 드라마틱한 요소는 돋보이게 했다. 의도된 빈티지 사운드도 설득력이 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기존 소속사에서 나온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절박한 순간에 나온 곡들이라고" 말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주장이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청자와 팬들이 굳이 그런 문제에 천착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음악이 좋아서 음악으로 세상을 살아내겠다고 열심히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들을 음악이 없다'. '돈 되는 음악을 해라'라고 말하는 우리의 부끄러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다.

'걱정하지마 자기야.' '난 그저 수영하고 있을 뿐이야'. 검정치마의 2집 앨범 타이틀을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들여다 본 내용과는 다르게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치기 어린 느낌은 아니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곁눈질하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노래하고 이야기할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렇게 3번째 앨범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내일(8월 5일)부터 시작되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검정치마'의 모습이 더 궁금해진다. 물론 계속 공연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단단해진 노랫말로 장르의 경계에서 멋지게 후려치는 그의 스윙을 보러 가보자.



<네티즌 리뷰> 사자≒Let's Buy?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한승범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한대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Give me death'라는 가사와 '나에게 죽음을 주세요'라는 가사는 완벽히, 100% 다른 가사라고 말했다. '해석'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인구수 만큼의 해석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문화적 현상이나 장르적으로 발현되는 다양한 가치들은 기계적으로 1:1 맞대응을 시킬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검정치마의 [201]이 처음 발매됐을 때 대중들이 열광했던 이유가 단순히 잘빠지고 '가오'를 잡기에 충분할 아이템을 던져줬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01]이 한국 음악씬을 정리할 때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스트레이트하고 진부한 움직임만을 보여주던 씬에 난감한 과제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던져줬다는 사실이다.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역시 그렇다. 조휴일은 '(인디)밴드'로서 가질 수 있는 아우라라는 아우라는 죄다 집어삼킨 후 자신의 '솔로' 앨범으로 작업하던 곡들을 모아 '검정치마'라는 이름을 붙여 다시 툭 던져 놨다. 편성은 간소해졌고, 생각보다 덜 캐치하다. 검정치마라는 존재에 '본토(영미) 사운드를 제대로 재현한 수작 인디팝' 같은 잘 정리되고 고민 없던 레터링을 남발하던 모종의 인물들은 이제 '깔끔하고 간소화된...'류의 말장난을 시작하겠지만, 이 앨범을 두고 그런 기계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건 그냥 코미디다. 검정치마의 이번 앨범이 갖는 최대의 미덕은 잡스런 수사는 치워두고 '가사와 멜로디가 제대로 꽂힌다'는 점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다.

화제의 그 곡 '음악 하는 여자'와 '외아들'은 조휴일의 개인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많은 청자들의 어떤 감성을 시원하게 건드리고, 뻑뻑한 문맥을 자랑하는 그의 여전한 가사는 어느 시점과 시간에 대입시켜도 좋을 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편성은 말 그대로 소박하고 느끼하지 않지만 들어본 사람은 다 알듯이 'Love Shine'이나 'International Love Song'의 곡조는 한 번 들으면 꽤 오랫동안 잔상에 남아 지속적으로 머리를 맴돈다. 게다가 검정치마의 곡들에 대해서 자꾸 '무언가와 무언가를 섞고 녹여냈다'고 많이들 표현하지만 그건 어지간한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절차이지 않은가. 조휴일은 자의식과 개인사를 정제시켜 곡으로 만들 때 그것을 어설프게 숨기거나 반대로 찌질거리지 않고 거기에 차려입지 않은 듯한 '간지'를 덧붙일 줄 안다. 거기에 본질적으로 흡인력 있는 곡을 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이 앨범은 일간신문 문화면 식으로 얘기하자면 '음원이라는 소비 패턴 때문에 잊혀진 앨범으로서의 가치를 환기시키는(항해라는 이미지는 조휴일의 개인사와 함께 맞물려 앨범을 감상하는 내내 통일성을 준다!)'앨범이고, 장르 타령에 익숙한 고민 없는 크리틱의 방식을 빌리자면 '컨트리와 포크 팝까지 유려하게 주조해낸 수작' 앨범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용과 시장주의라는, 영원한 국가적 잇(it) 트렌드에 발맞춰 이번 앨범을 이야기하고 싶다. (보도자료에서 표현한 식으로) '호사가'들의 음악적 밑천을 바닥나게 만들면서 경쟁을 통해 능력 없는 평단을 재편할 듯 하다. 그리고 플릿 폭시스(Fleet Foxes)나 레이디 앤터벨럼(Lady Antebellum)이 도대체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일단 MP3에 저장해놓은 사람들은 1번 트랙을 듣는 순간부터 안도할 것이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사라진 '비슷한 장르 거슬러 올라가며 듣기'의 청취 패턴까지 부활시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 이렇게 내수진작에 지대한 공헌을 미칠 우리 검정치마에게 무한한 영광과 문화산업 역군의 호칭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건 너무 나간 것 같다. 아무튼 검정치마의 이번 앨범은 번역기에 '사자'를 넣었더니 'Let's Buy.'라는 생뚱맞은 결과를 내놓는 수준의 뮤지션과 집단들을 우습게 만들었다. 이런 '핫(hot)'함, 아니 '힙(hip)'한 앨범이 오랜만이라 살짝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다.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에 대한 평점, 그리고 40자평

전문가 평점 합산
총점 10점
이호영(대중음악상)
8
조금 철이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객기는 빛났다.
이광훈(대중음악상)
8
촌철의 노랫말이 장르의 경계에 서서 힘차게 후려친 장타
차우진(대중음악상)
8
[201]보다는 솔로 데모의 연장, 서던록의 안락함 속에 예리한 가사
성우진(대중음악상)
8
이런 멋진 변화라니! ... 다 듣고나서는 자연스레 'Beck'이라는 이름도 떠올려졌다. 쿨한 Genius~
서정민갑(대중음악상)
7
록 키드, 컨츄리와 포크로 돌아오다. 훨씬 냉정해진 조휴일 월드
김혜성(네티즌)
7
열 템포 뛰기 전 한 템포 쉬어가는 잘금잘금한 읆조림의 향연
이한결(네티즌)
10
특유의 비틀거림으로 복고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1집에 뒤떨어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앨범.
한승범(네티즌)
7
이렇게 나긋나긋하면서 핫하고, 치밀하며 부담없는 앨범도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인가?
유성호(네티즌)
8
더 깊어지고 짙어진 본질. 매력적인 일관성.
장유정(네티즌)
7
다양하고 다채로운, 혹은 방황하고 표류하는.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 두괴즐


기대하고 고대하고 고대하고 기대하던, 검정치마의 2집!

처음엔 '잉?' 했는데, 점점 빠져드는 맛이 있더군요. 그리고,

쿨함 밑에 깔린 상처들이 위로의 자장에 녹아들고.


어쨌거나, 

기대하고- 

또, 그 기대에 충족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