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규 읽기: 2차 발제
이소영,「법문학비평과 소수자의 내러티브-박민규, 윤성희, 김애란의 단편소설에 대한 법문학비평」, 법철학연구 제14권 제1호: 213~240. (한국법철학회 2011)
0. 요약
이소영은 ‘법문학비평’을 “기존인권담론을 끊임없이 의문시하며 ‘생성되지 않은 인권을 길어올리는 작업”(213)이라고 정의한다. 바로 이러한 “법문학비평은 상처 치유의 새로운 가능성들, 즉 접합과 연쇄의 가능성들을 보여주기도 한다.”(214)
그녀는 본 논문을 “사회적 약자의 내러티브를 담아내는 동시대 작가들의 고유한 서사와 시각이 인권의 고발과 발견, 그리고 실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움들을 조금 들여다보고자”하는 것으로 목적을 설정한다(나는 박민규만 보겠다).
이소영은 박민규의「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를 분석하면서 특징으로 ‘중심이 없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중심의 강박에서 풀려난 소설의 주변부적 구성요소들”이 “서사 내부로의 집중을 교란시킨다.”(218) 한편으로 “일반적인 피수식어와 수식어의 관계에서는 조합하기 어려운 단어들의 결합으로 감정몰입을 교란”(218)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몰입의 교란은 딴청부리기를 통하여 수행되기도 한다.”(218)
이소영은 이로서 “특정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법한 고통과 슬픔의 정서를 비틀어버림으로써 감정의 지출을 절약하고 더 깊숙한 데서부터 아픈 웃음을 유발”(219)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의 화법은, 아픈 웃음을 유발하는 효과와 더불어 그 화법 자체를 빌어 세계에 저항한다. 이는 시간과 노력의 경제성을 원칙으로 하는 속도중심의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언어의 비경제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수행된다.”(219)
박민규 작품 속의 “법의 표상은 대타자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바로 산수의 원리이다.”(220) “그렇다면 그러한 산수의 법에 저항하는 방안은 무엇인가?”(221) 이소영은 이렇게 말한다.
박민규 소설의 인물들은 주변부적 삶의 고통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그 고통에 지나치게 침잠하지 않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도 않는다. 대신 고통을 분산시키기 위해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상에 자신을 비끄러매어 투사하면서 지금 ‘이’ 현실이 아닌 다른 먼 데로 시선을 돌린다.(···) 출구 없는 그 상황 자체를 엉뚱한 놀이판으로 만든다. 이는 아름다운 비현실적 환상으로의 승화가 아니라, 삶과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에서 다른 차원의 세계로 도망가는, ‘사실적인 비현실’로의 비켜가기이다. (222)
이소영은 “산수로서의 법에 정면대항하기 어려운 힘없는 화자가 견고한 세계에 미세한 균열을 내는 전략으로, 이 소설은 이렇게 비약적 상상력을 통해 비켜가기를 보여준다.”(223)고 본다. 그리고 이로서 “법의 알레고리를 통하여 사회적 약자라는 고착화된 주체형태에 머물지 않고 거기서 빠져 나오는 소수자의 내러티브를 발견하게 해준다.”(236) 이는 “상처받은 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타자의 상처를 통해 연대하는 등가성 연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236)
※ 나의 생각
법문학비평을 통해 “상처 치유의 새로운 가능성들, 즉 접합과 연쇄의 가능성들”(214)을 발굴하고자 한 이소영의 작업은 흥미로웠고 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작품의 인물들을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살펴봄으로써 그 가능성을 좀 더 선명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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