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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서영인,「‘슈퍼’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적막한 유머- 박민규론」

두괴즐 2011. 7. 11. 14:19


* 박민규 읽기


서영인,「‘슈퍼’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적막한 유머- 박민규론」, 실천문학 2005년 봄호(통권 77호), 2005.2, page(s): 8-388.



0. 요약


 서영인은 박민규의 작품을 ‘펌질’, ‘리플’, ‘짤방’에 비유하면서 분석한다. 즉, “박민규의 글쓰기는 키보드의 자판 중 ctrl 키를 유난히 자주 활용하는 글쓰기이고, 비유컨대 ‘펌질’의 글쓰기와도 같다”(165)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박민규 소설의 반은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그 나머지가 ‘리플’이다. “박민규소설을 완성하는 나머지 반은 소설이 자료로 삼은 각종 기존 텍스트에 대한 재해석, 이를테면 ‘리플 달기’이다.(166)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는 지점이 “근본적으로 ‘펌질’이나 ‘리플’은 서사를 지향하지 않는다”(166)는 점이다. 서영은은 그렇기 때문에 박민규의 소설이 “서사의 연속성보다는 단절과 생략, 전환의 구성방식을 택한다”(167)고 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그녀는『슈퍼스타즈』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문득 나타나고 문득 깨닫고, 느닷없었지만 생각해보니 알 것도 같은 사건들, 그 문득과 문득의 사이, 생각해보니 알 것도 같은 그 깨달음의 정체는 서사 속에서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 사건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관계맺고 성찰하는 주체가 사라져버린 셈이다.(168)


 그래서 자본과 속도로 세상을 지배하는, 어차피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허리띠를 숨이 막히게 졸라댔던 프로화를 느리게 살기의 철학을 내세우며 비판하는『슈퍼스타즈』의 결말에서 독자는 잠시 주춤한다. 갑자기 나타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적 의의를 역설하는 조성훈의 존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도대체 지금까지의 유쾌발랄에 비해 너무 진지하고 설명이 길지 않은가),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던’ 이 팬클럽 회원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언제 갑자기 느닷없는 깨달음으로, 다시 이탈해온 저 지배질서의 속도 속으로 뛰어들지 알 수 없지 않는가. (168)


 하지만 그러면서도 “‘문화를 통해 정치’를 보게 하는 서사의 복합성이야말로『슈퍼스타즈』의 가치이며 매력이다”(169)라고 평가한다. “프로야구와 TV시리즈에 열광하더라도, 술과 여자와 청춘의 고민 속에서 방황하더라도, 어느새 세상이 만들어놓은 소속과 계급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리고 이미 들어선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고 졸라매며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개인들의 고독한 표정은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짤방’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170)

 한편 서영은은 박민규의『카스테라』를 분석하면서 “냉장고의 문은 이제 유희와 상상의 가벼움과 외롭고 무거운 삶이 만나는 경계선이 된다”고 하면서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 나의 생각


 나에게 가장 좋은 작품은 재밌으면서도 나름의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슈퍼스타즈』는 내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가 대안적으로 제시한 ‘느린 삶’도 나로서는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이를테면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자본주의 정신’의 동력이 된 것처럼, ‘삼미의 윤리’가 ‘반자본주의 정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막연히 해보았고. 물론, 종교의 이름(내세의 희망)으로 강력한 동심력을 획득하는 청교도 윤리와는 달리, ‘삼미의 윤리’는 ‘하지 않음’을 통해 당대의 윤리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진다. 일종의 대자적 존재가 되는 것이 선험적으로 전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종교라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늘 날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인 자본주의의 윤리에 반하는 ‘삼미의 윤리’는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청교도의 윤리를 실천하는 것도 당대의 주류 이데올로기는 아니었다. 일종의 징후적 존재들이었을 뿐이었고, 결국 그것이 대세가 되었던 것뿐이다. ‘삼미의 윤리’도 그렇게 접근 해 볼 수는 없을까?

         


서영인,「‘슈퍼’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적.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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