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문학

[박민규] 우리가 쿨하다?

두괴즐 2011. 7. 4. 10:39

 

1.

 

“논객들이여. 제발 우리가 쿨하다고 조장 좀 하지 마라. 그저 내가 보기엔, 뜨겁게 살고 싶어도 뜨겁게 살 수 없는 젊은이들이 이 땅에 있을 뿐이다."

 

-소설가, 박민규

 

 

 

 

 

 

 

 

 

 

 

 

 

 

 

 

 

 

 

 

2.

 

“마이너리티에 대한 나름의 규정이 있었는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마이너라는 개념 자체가 바뀐 것 같다. 확산되었다고 할까. 예전에는 패자, 빈자를 두고 그렇게 불렀는데, 요즘은 인간 자체가 결국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불행을 안고 있고, 불쌍한 존재인거다. 모두에게 인간이라는 마이너리티를 차차 극복해가는 과제가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많이 위로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그런 소설을 쓸 것 같다.”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 대단한 일은 못한다. 나는 ‘발효’라도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썩는 걸 막지는 못하지만, 곁에서 발효라도 되게끔 돕고 싶다. 작가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 삶 역시 작가님 소설 인물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벌써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잘살고 싶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가 이 면적 위에, 이만한 인구를 가지고 경제 10위 권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놀랍다. 지구본 돌리면서 보면 우리가 이 정도로 살고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우리보다 순위가 위의 나라는 수백 년의 역사, 드넓은 땅과 자원이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는 조건을 보자면 경제 순위 70위~80위여도 이상할 게 없는 나라다.

현재 기성세대들, 나이든 인간들은 평생 각오만 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전쟁에 기아에 쫓겨 ‘더 잘살아야지’ 각오를 하고…… 각오만 하고…… 죽을 때까지 각오만 할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마저 각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각성을 해야 한다. 진짜 필요한 게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각성을 해야 한다.”

 

-각오하지 말고, 각성하자는 말이 인상적이다. 구체적으로 각성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가 갖고 있는 걸 생각해보자는 거다. 내려갈 곳도 많고, 버릴 것도 많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뭔가 갖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너무 자발적으로 오버 히팅하고 있다. 삶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드라이브다. 이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중에 작가를 부러워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작가라고 본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결혼을 하고, 연애하고, 아이를 키우고, 자라나는 아이도 한 편의 이야기인 셈이다. 모두가 한편의 이야기다. 모두가 그 위에 행복한 삶을 써나가길 바란다.”

 

* 박민규 북콘서트 중 (20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