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철학

[밑줄] 우석훈,『나와 너의 사회과학』

두괴즐 2011. 6. 25. 22:11

 


나와 너의 사회과학

저자
우석훈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1-03-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나ㆍ우리ㆍ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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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우석훈,『나와 너의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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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그 어느 것도 공짜로 좋아지거나 개선되는 일은 없다. 정부나 정당이 알아서 미리미리 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발언하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8) (강조는 인용자, 이하 동일)

우리는 우리말로 학문할 수 없게 만든 것을 발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 말로 학문을 하는 풍토에서 비로소 세계적인 이론이 나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프랑스어로 철학하는 프랑스, 독일어로 학문하는 독일, 일본어로 연구하는 일본. 우리 한국만 우리말로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을 폐기하는 중이다. (9)

 

사회과학은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또는 사회의 대안을 찾아갈 때 길잡이가 되어주는 실용적인 목적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의 언어가 엘리트 남성들의 전투 용어에서 여성을 포함한 생활인들의 일상용어로 바뀌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대중들과 어떻게 얘기하고 그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 것인가, 그런 실용적인 측면을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14)

 

유럽처럼 안국에서도 TV에서 다큐멘터리나 토론 프로도 많이 방영해서, 뉴타운이라는 게 어떤 건지 충분히 알려줬는데도 앞서의 뉴타운 사례처럼 “집값 올라가면 좋은 거 아녜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겠죠. 그러나 우리는 그런 걸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습니다. ‘똑똑해지기’ 혹은 ‘집단지식collective knowledge’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시도가 한국에서는 이제껏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효과가 높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5)

 

청년 헤겔을 대표하는 책이 바로 <<정신현상학>>입니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책인데, 특히 독일어의 특이한 표현들이 많아서 영어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렵고, 프랑스어로 번역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어, 우리말, 어떤 말로 읽어도 어렵기로 유명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프랑스에서 고등학생들이 대학 가기 위해 읽는 필독서 중의 하나예요. (63~64)

 

적어도 학부 과정에서는 백과사전형 지식을 갖출 수 있게 해주고, 거기에 각자 경험과 시간을 덧붙여 깊이를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학부 학생들에게 사회과학의 기초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경영학이나 법학처럼 소위 돈 잘 버는 학과를 학부 과정에서 찾아보기 어렵죠. 그 대신 인류학이나 문학 혹은 사회학을 학부 때 배우게 합니다. MBA가 이런 학부 과정을 거친 사람들에게 경영자 수업을 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학부에서 경영학이나 법학, 의학을 배우게 하니 알찬 백과사전이 될 기회를 가질 수가 없죠. (70)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전무가형 지식이 유리할까요. 아니면 백과사전형 지식이 유리할까요? 주류 언론에서는 ‘전문가’를 외쳐댔지만, 사실은 이미 백과사전형 지식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실제로 하국을 움직이는 것도 이런 유형의 지식인들이죠. 얕지만 넓게 알면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 한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기획자’라고 부릅니다.(···)

기획자란, 자기가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누가 뭘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지는 않아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 그렇게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상업영화에서 감독은 이제 예술성을 가진 기획자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제작팀을 이끌었던 피터 잭슨 감독은 사실상 조직 관리자에 더 가까운 기획자입니다. (71)

 

지금이 바로 사회과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회과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사회과학이라는 범주 안에 있는 개념들을 어느 정도는 익히고 이해한다면, 스스로 공동체의 문제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파악하면 해법도 찾을 수 있다는 생각, 그게 제가 잃지 않으려고 하는 낙관입니다.(···)

우리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면 ‘사회과학’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셈입니다. 생태학에서 말하는 ‘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이 지금 우리에게 해당될 것 같습니다. 혼자 떠들면 허풍이지만, 같이 외치면 진실이 됩니다. 혼자 가면 모험이 되지만 같이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저는 사회과학을 통해 새로운 주체들이 이 사회를 끌고 가는 시대를 꼭 보고 싶습니다. (74)

 

후기구조주의자들이 아무리 사르트르를 비판한다 해도, 그가 활동하던 시대가 결국 사회당 정권의 탄생을 이끈 것 아니겠어요?

그러나, 데리다 이후 후기구조주의자들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는 달랐습니다. 그때 프랑스 사회가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길을 갔다면 저도 푸코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시기에는 르펭jean-Marie Le Pen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 극우 정치인이 득세하고, 우파들에게 정권이 넘어갑니다.(···)

1990년대에 ‘포스트모던’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자크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 학자들이 엄청난 영광을 누렸습니다. 학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영광을 누린 셈인데, 그때 프랑스가 과연 정치적으로도 잘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자들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라면, 사회적으로도 눈에 띄는 뭔가가 나왔음직한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86)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남미사 책인 <<수탈된 대지>>를 쓴 사람이 바로 갈레아노입니다. 스페인에 망명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우루과이의 해방에 힘을 보탰죠. 그 과정에서 고문도 많이 당했지만, 결국 이기고 조국으로 돌아온 거에요.

푸코나 에코 같은 멋있는 학자들도 많지만, 저는 갈레아노 같은 지식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갈레아노가 맹활약함으로써 우루과이는 해방될 수 있었지만, 에코는 비록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그 당시 이탈리아는 좋아지지 않았거든요. (91)

 

우린 소농들의 나라였고, 그렇게 작게 쪼개진 땅 위에서 고유한 문화와 경제를 세우고 유지한 나라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밀밭을 가진 나라를 설명하는 이론을 가져와봐야 잘 맞을 리가 없죠. 우리에게 적합한 이론은 더 구체적이고 더 정교하고,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맥락을 고려한 이론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해를 통한 접근 방식이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할 수 있습니다. (122)

 

그래서 저는 스스로 이미지와 소리를 형상화시키는 시가 여전히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텍스트만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그려 보여주면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과학 책이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맥락, 즉 일종의 콘텍스트가 자신 안에서 형성되는 셈인데, 그렇게 맥락 안으로 청자나 독자들이 들어가게 하는 힘, 그게 바로 해석입니다. 눈앞에 직접 던져진 이미지는 강렬하고 순간적이지만, 콘텍스트는 스스로 만들어낸 만큼 지속됩니다. (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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