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장재인 - 데이 브레이커 (Day Breaker) (Ep) [2011]
* 출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609
<전문가 리뷰> 발랄함이 살아있는 다양한 표현력과 재치있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작품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유정훈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방송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나와 포크 또는 모던록 스타일 곡을 주로 보여줬던 탓일까? 데뷔앨범인 본 작 [Day Breaker]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장재인의 선택은 특유의 보컬톤의 장점을 잘 살린 빈티지 소울이었고 각각의 곡들에 다양한 표현력을 앞세운 개성 있는 스타일의 연출은 그녀의 재능과 열정을 대중들에게 보여줌과 동료 음악인에게는 분명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둔탁한 베이스 드럼으로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곡 '장난감 병정들'은 1세대 급의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인 DJ 소울스케이프의 빈티지한 리듬 위에 일렉트로닉 듀오 '모노80'의 로빈이 시퀀싱에 참여해 완성시킨 곡으로 장재인의 발랄한 보컬과 애시드 사운드의 조화가 돋보인다. 평소 존경하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에게 바치는 곡인 'I Love Paul'은 비틀즈의 노래제목들로 노랫말을 만들어 낸 재치에 마치 응수라도 하는 듯 경쾌한 멜로디가 분위기를 맞춘다. 이어서 밝은 곡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추억은 수채화처럼'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절제된 목소리로 그리움을 노래하며 진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다음 곡은 EP 발매 전에 선 공개했던 '그대는 철이 없네'로 '슈퍼스타K2'에서 '신데렐라'로 호흡을 맞추며 주목받은 '김지수'와 듀엣을 이뤘다. 청춘 뮤지컬의 한 장면이 스치듯 재미난 노랫말로 변해가는 사랑의 아쉬움을 담아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반짝반짝'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녹음한 소박한 포크송으로 여름날 밤 방 한 켠에서 창문을 열고 별빛을 바라보며 짝사랑을 향한 안타까움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초라함을 전하고 있다.
장재인은 하나의 목소리를 가진 한 명의 가수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빈티지 소울을 바탕으로 발라드, 포크, 록 등 곡들의 특성에 따라 그 표현력을 달리 하는 영리한 재능은 충분히 칭찬과 격려를 받을 만하다. 더욱이 그녀는 작사, 작곡, 연주가 모두 가능한 국내에 흔치않은 솔로 여자 음악인이라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가요계가 얻은 훌륭한 인재(人材)가 아니겠는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음악인 누군가와 비교되어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곡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음악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야기되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만 명심한다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제 갓 20살이 된 파릇파릇한 청춘이라는 것. 그렇기에 지금 출발선에 서 있는 그녀가 두려움을 떨치고 음악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독보적인 개성은 결실로 맺어질 것이다.
<네티즌 리뷰> 유리 구두를 다시 들고 앞에선 '신데렐라'
<이 리뷰는 네티즌 선정위원 정희웅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어여쁜 신데렐라는 원래가 허름한 하녀였다. 계모에게 구박받고 언니들에게 구타당하는 하녀. 하지만 그녀 앞에 헌신적인 마법사가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그 마법사는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고 생쥐로 말을 만들어 화려한 모습의 그녀를 파티에 보내줬다. 마법이 지속되는 시간은 12시. 완전한 공주가 아니었던 그녀는, 자신의 본 모습이 들키기 전에 왕자님 앞에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다는 증거, 투명한 유리 구두가 남았다. 그래서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 구두의 주인공은 다음 파티에서 어떤 모습으로 올까?'
많은 기대와 고심 속에서 완성된 장재인의 첫 EP [데이 브레이커]는 반쪽짜리 공주 신데렐라가 마법을 벗고, 자신의 본 모습으로 왕자 앞에 섰을 때의 모습이다. 더 이상 황금마차와 백마는 없다. 그래서 그녀가 입었던 꾸며진 화려함을 쫓았던 왕자라면, 지금의 신데렐라 모습은 어색하고 어딘지 모르게 심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참 모습이고, 그녀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데이 브레이커]에 담긴 노래들은 태생부터 뮤지션 장재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내보일 수밖에 없는데, 꽤 예전부터 첨단의 소리보다는 과거의 이야기에 애정을 보여 왔던 그녀이기에 이번 [데이 브레이커] 역시 그러한 모습이 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약간 단정 지어 말한다면 흔히 말하는 에이엠 팝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한 사운드가 전체적인 느낌인데, 그 안을 조금 더 파고들면 70년대의 더스티 스프링필드나, 비틀즈, 혹은 캐롤 킹이나 조니 미첼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기획사가 나눠준 빈티지 소울이라는 꽤 억지스런 장르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이러한 스타일과 해석은 현대에도 딱히 새삼스럽지는 않은 일이나, 조금 각도를 달리 봐야할 것이라면 장재인이라는 뮤지션이 가지는 음악에 대한 관점이다.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낯설게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장재인은 상당히 유리하고 또 불리하다. 덕분에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장난감 병정들'을 비롯한 꽤 많은 곡들은, 우리가 그간 가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익숙한 훅과 통속적인 가사는 빠져있다. 이것을, 그리고 그녀의 관점을 대중이 납득한다면 그녀는 유리 구두를 들고 화려하게 컴백한 신데렐라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반쪽 공주가 되는 것이다.
이 안에서 장재인은 세 번째 트랙인 '추억은 수채화처럼'이나 다섯 번째 트랙인 '반짝반짝'을 통해서 부드럽게 청자를 납득시키려한다. 튀지 않는 낯설음은 사실 많은 대중들이 그녀에게서 기대한 부분이다. 거기다 뮤지션이 이해해야할 음악적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나, 대중들의 인정을 동시에 끌어내는 강박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이러한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장재인은 조금 더 편하게 청자에게 흡수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첫발을 뗀 어린 이 뮤지션은, 분명 아이돌 팝과 같은 대중성을 지양하면서도 반대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 관점의 진정성을 택했다. 덕분에 [데이 브레이커]는 충분히 구색을 갖췄지만, 많은 이들을 동시에 이해시키거나 납득시키기는 분명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을 더 치밀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진행되는 곡의 구성이나 마치 차선을 물고 들어가는 것처럼 어정쩡한 곡의 분위기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실망할 필요 없다. 이 세상에서 단 한 번 만에 통하는 '진정'이 어디 있던가. 우린 그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녀가 조만간 분명 커다란 사고를 한번 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로 말이다.
※ 이 음반은 '오늘의 뮤직'의 2011년 6월 2주 '이 주의 발견 - 국내'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
김홍범 - ★★★ 비슷한 패턴의 반복 속에서도 반짝이는 싱어송라이터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배순탁 - ★★★ 음악적인 재능이 곳곳에서 샛별처럼 빛난다. 개성이 돋보이는 가사쓰기도 일품.
유정훈 - ★★★☆ 발랄함이 살아있는 다양한 표현력과 재치있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작품.
김정위 - ★★★ 팔팔한 싱어송라이터의 자신감에 빛나는 창작력, 영민한 감성이 재미있게 버무려진 앨범.
한동윤 - ★★★☆ 다채로운 정서의 곡, 섬세하고 영리한 노랫말이 빛을 발하는 작품.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
김정호 - ★★★ 적어도 내가 그녀에게 기대했던것은 평균치의 웰메이드가 아니라, 측정불가의 신선함이었다.
김동인 - ★★☆ 쉽게 가려 하진 않지만, 아직은 스타일에 대한 암중모색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윤형석 - ★★☆ 기대했던 것만큼 문제작이 아니어서 문제인 앨범.
정희웅 - ★★★☆ 부담이 컸을텐데 꽤 많은 정성으로 어느 정도 진지한 구색을 갖춘 음반.
김다래 - ★★★ 자신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조금 더 고민해주었으면.
** 두괴즐
슈스케 출신으로는 드물게 김지수와 함께 애정을 갖고 있던 장재인도 데뷔 앨범을 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실망입니다. 타이틀 곡인 '장난감병정'은 저의 편협함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고, 나머지 곡들도 그렇게 확 와닿지가 않더군요. 본 앨범에 앞서 우선적으로 선보였던 '그대는 철이 없네'가 가장 좋았었고요.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계속 기대해도 될 재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지켜보고 싶습니다. 정규 앨범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