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앨범리뷰] 에프엑스 (f(x)) - 피노키오 [2011]

두괴즐 2011. 6. 14. 16:22


[앨범리뷰] 에프엑스 (f(x)) - 피노키오 [2011]


* 출처: http://www.izm.co.kr/contentRead.asp?idx=22879&bigcateidx=1&subcateidx=3&mrbs=1&history=1


에프엑스(F(x))
Pinocchio
2011
난해한 콘셉트로 대중성 없는 아이돌이라는 아이러니한 핀잔을 들어왔던 이들의 첫 작품은 중간점을 잘 잡아냈다. 'Nu ABO'처럼 너무 막나가지도 않고, 여타 걸그룹 마냥 적나라하게 자신들의 노래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걸음씩 여유 있게 치고 들어오는 은근함이 있다. 쉽게 질리지 않도록 하는 그 미묘한 경계를 캐치해낸 모습이다. 

이제까지 그룹이 제시해 왔던 함수식은 풀이방법의 명확함과는 달리 접근방식이 생소해 큰 파급력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물론 이러한 노선은 소녀시대라는 보험을 매개로 한 의도된 실험이었지만, 실적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뚜렷한 한방이 요구되던 시점이었다. 10곡이라는 부피로 인한 부담 역시 모험 일로를 향한 여정을 막아섰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감상난이도 하락은 이러한 점에서 예측 가능했다.

타이틀 '피노키오(Danger)'를 보면 전체적인 조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과를 위시한 탓에 몰개성의 덫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걷어내고 다행히 그동안 쌓아왔던 캐릭터를 잘 담아냈다. 좋은 곡들로 차근차근 상승세를 밟다가 'Triangle'로 최악의 선택을 했던 동방신기의 예를 비추어 보면 역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다소 강한 일렉트로니카 성 비트에 날카롭게 신경을 긁는 기타소리가 오감을 자극하며, 드디어 '들리는 멜로디'를 탑재해 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점이다.

'Nu ABO'의 방향성을 잇는 '빙그르(Sweet Witches)'는 흔히 만날 수 없는 재미있는 트랙이다. 하나의 키보드 루프와 빠른 템포의 비트, 이펙트를 건 보컬 톤의 조합으로 일관된 흐름을 유지한다. '빙그르'라는 소절만 반복으로 생겨날 뻔했던 지루함은 적재적소의 악기배치로 자연스레 상쇄시켰다. 서서히 빠져들게 만드는 불친절한 '나쁜 여자'의 매력을 완성시키는 키포인트 트랙이라 할 만하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오는 변화구도 체감할 수 있다. 자신들만의 물기를 살짝 빼 건조시킨 레트로 팝 '아이(Love)'는 감소된 개성만큼 확실한 흡입력을 갖추었다. 감각이 절정에 오른 한재호, 김승수 콤비의 솜씨는 카라든 티아라든 상관없이 누가 불러도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는 '스탠더드 팝'으로 귀결되는 인상을 준다. '가장 꽂히는' 선율을 갖추었음에도 단지 수록곡으로서만 활용한 선택은 정규작이기에 부릴 수 있는 호기이다.

이처럼 정체성과 트렌드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시도와 노력은 러닝타임을 관통한다. 명징한 어쿠스틱 사운드만으로 페퍼톤스(Peppertones)의 손길이 들어갔음을 감지할 수 있는 'Stand up' 역시 인디 아티스트와의 합작이라는 의미 외에도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좋은 곡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에서 풀 렝스(Full length)의 장점이 다시 한 번 살아난다. 다만 구색 맞추기 용 발라드인 'Beautiful goodbye'와 'So into U' 대신 전작에 실려 있었던 'Mr. boogie', 'Ice cream'이 들어갔다면 더욱 완벽한 콘셉트 앨범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 가지 문제 삼을 만한 것이 메시지 전달의 측면이다. 사운드에 무게중심을 지나치게 둔 탓에 문장으로서의 인식이 어렵다. 각 글자가 분해되어 소리 위를 부유하는 느낌이랄까. 노랫말이 가질 수 있는 운율이나 억양이 가지는 측면을 너무 간과한 느낌이다. 10대들의 언어를 가감 없이 삽입하는 것 역시 좋게 보기는 힘들다. '이야기'조차 공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른 세대의 박탈감으로 이어져 스스로 한계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소속사의 누구처럼 '오 오 오 오 오빠를 사랑해'까진 아니더라도 좀 더 쉽게 풀어갈 필요성이 분명해 보인다.

비교적 자신들의 이미지가 선명하다는 것, 무엇보다 '음악적인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다. 싱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앨범'에 대한 극진한 대접이 그룹의 첫 번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써내려 갈 수 있게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에스엠(SM)이란 두 글자를 미워하려해도 미워할 수가 없다. 필시 애증(愛憎)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 수록곡 -
1. 피노키오(Danger) 
2. 빙그르(Sweet witches) 
3. Dangerous
4. Beautiful goodbye
5. Gangsta boy
6. 아이(Love) 
7. Stand up
8. My style 
9. So into U
10. Lollipop(feat. SHINee)
2011/05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 출처: http://www.weiv.co.kr/review_view.html?code=album&num=2983


에프엑스(f(x)) 
Pinocchio 

SM Entertainment, 2011

최민우 daftsounds@gmail.com | chief editor


에프엑스의 기묘한 모험 


에프엑스에 대해 늘 궁금한 점 중 하나는 이 그룹이 정확히 어딜 노리고 있나 하는 것이다. 그건 아마 내가 이 세계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뜻이겠지만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에프엑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난해한 컨셉'이라는 말이 가끔 나오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다국적 멤버 구성, 화려한 외모, 준수한 가창력, 현란한 의상, 뛰어난 작곡가들을 동원해 만든 세련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등, 일급 아이돌/걸 그룹이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추고 있음에도 에프엑스를 볼 때면 초점이 안 맞는 안경을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겔랑(Gerlan)의 원색적인 의상과 (이제는 SM의 단골이 된) 디자인 뮤직(Dsign Music)을 비롯하여 히치하이커(지누), 스윗튠, 심지어 페퍼톤스에까지 이르는 화려한 작곡진을 등에 업고 나온 에프엑스의 신보를 듣고 나서도 여전히 시야는 좀 뿌옇다. 화보까지 탐독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까? 

첫 싱글 "피노키오 (Danger)"는 에프엑스의 지난 히트곡들인 "Chu~♡"나 "NU ABO"가 그랬듯 '소닉 아키텍트'라는 말을 쓰는 게 잘 어울리는 결과물이다. 넵튠스 시절의 켈리스(Kelis)를 떠올리게 하는 저릿저릿하고 훵키한 비트와 선명한 훅, 감각적으로 치고 빠지는 코러스의 리듬 기타가 인상에 남는다. 가사는 자우림의 "밀랍천사"의 초현실주의적 틴에이지 버전 같다. "궁금투성이의 너/꼼짝마라 너/조각조각 부셔보고/맘에 들게 널 다시 조립할거야"는 그렇다 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스캔해 징징윙윙/칼날보다 차갑게/그 껍질 벗겨내/한겹두겹 페스츄리처럼 얇게요/스며들어 틈사이 꿀처럼" 같은 부분은 거의 자동기술처럼 들린다. 그래서인지 예능에서 방긋거리던 멤버들이 똑같은 표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있자면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로 잠깐 관광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음반의 나머지는 "피노키오 (Danger)"만큼의 순간은 없지만 SM의 정규음반들이 종종 빠지는 들쑥날쑥함이라는 함정 또한 잘 피하고 있다. 그냥 흘려 넘길 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 전체적으로 외국 작곡가들의 결과물이 더 인상적이고 비중도 더 크며 더 '지저분'하다(이를테면 "Dangerous"와 "아이 (Love)"를 비교해 보라). 히치하이커의 "빙그르 (Sweet Witches)"를 듣다 보면 "아이스크림"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스치고 페퍼톤스가 참여한 "Stand Up!"은 작곡가의 이름을 미리 듣지 않았다면 딱히 주의를 기울였을 것 같지 않다. 스윗튠의 "아이 (Love)"를 카라가 불렀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록곡들이 국내 뮤지션들과 엔지니어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됐다는 걸 감안하면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이유는 없다. 

[Pinocchio]는 빈틈없이 만들어진 일렉트로닉 팝 음반이다. 중간에 있는 두 곡의 발라드를 제외하면 시종일관 소란스럽고 흥겹게 번쩍이며 듣는 사람의 혼을 빼 놓는다. 그리고 그건 음반의 시각적 이미지와도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음반이 목표 없이 떠난 여행 같다. 그건 그룹도 마찬가지다. 에프엑스는 어떤 걸 그룹도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길이 샛길인지 지름길인지 낭떠러지인지는 거기로 그룹을 보낸 쪽도, 그걸 지켜보고 있는 우리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Pinocchio]가 현 단계에서 아이돌 시스템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모험적인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포화 상태의 걸 그룹 시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인지 아니면 호사스러운 일회성 컬트인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20110421 


 album rating




* 출처: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194567


※ 이 음반은 '오늘의 뮤직'의 2011년 5월 1주 '이 주의 후보작' 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 
김홍범- ★★ 늘 같은 수(數)만 대입하는 함수는 같은 결과물만 반복시킬 뿐. 
배순탁- ★★ 'Nu 예삐오'에서 도리어 후퇴했다. 최상의 라인업이 무색한 안타까운 조합. 
유정훈- ★★★ 레트로 사운드와의 조합도 의외로 잘 소화해내는 f(x)의 특별한 개성에 일단 만족. 
김정위- ★★ 세련된 사운드에 아까운 유아적인 가사. 30대에게는 너무 낯부끄러운 그들의 세계. 
한동윤- ★★ 격정만 추구하는 리듬, 유치한 가사로 도배된 10대 전용 놀이공원.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 
장유정- ★★★☆ 세련되고, 새롭고, 실험적인 음악, f(x)표 음악의 향연에 빠지다. 
한승범- ★★★★ 철저한 기획과 센스가 어우러진 아이돌 팝의 모범사례. 
김광년- ★★★ 여전한 스타일리쉬함.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답다. 
박주혁- ★★★ 걸그룹이 낼 수 있는 극단적인 텍스트의 매력. 발라드만 없어도 좋을 뻔 했다. 




** 두괴즐


에프엑스의 데뷔앨범으로, 무난한게 들을 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주 좋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그래도 상큼한 생기가 돕니다. 기분전환용으로 종종 듣는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