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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우] 이택광의『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중

두괴즐 2011. 6. 7. 11:20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저자
이택광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문학동네) | 2010-04-1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포스트구조주의 이후 형성된 새로운 이론 지형 본격 해부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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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존재의 사건을 쫓는 철학적 수사관


바디우는 탈근대적 철학 이론을 ‘철학의 위기’를 드러내는 징후로 본다는 점에서 제임슨과 유사한 입장에 선다. 제임슨이철학적 위기의 원인을 총제화의 불가능성에서 찾는다면, 바디우는 보편주의에 대한 폐기에서 발견한다. 310쪽.(강조는 인용자)


 철학은 지식에 대한 허구와 예술에 대한 허구를 서로 겹쳐서 구성하는 행위인데, 두 허구성의 사이에서 진리를 움켜쥐는 것이 철학이다. 이런 까닭에 철학은 시스템의 종언과 무관하다.(···) 바디우의 관점에서 보자면 철학은 언제나 진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건은 언제나 철학을 생산하게 마련이다. 그 철학의 조건은 모든 합의된 것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철학은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다. 철학의 조건을 이루는 네 가지 진리적 절차인데, 이들을 서로 배제적인 게 아닌 공존 가능한 것으로 본다는 측면에서 바디우의 생각은 독창적이다. 314-315쪽.


 공가능성은 ‘공통적인 것의 가능성’이다. 즉 다양한 사건, 가령 시, 수학, 정치, 사랑이라는 네 가지 ‘조건’에서 발생하는 진리의 절차에서 드러나는 보편성이다. 철학은 곧 공가능성에 대한 개입이고 명명이다. 철학은 공가능적인 진리의 조건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는 실천적 행위다. 지금까지 철학은 다양한 진리의 절차들을 평등하게 파악하지 않고 그중 하나를 위계적인 관점에서 우월한 지위에 놓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런 식으로 진리 생산의 공가능성을 부정했을 때 ‘봉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로인해 철학은 개입과 명명의 지점을 상실하고 다른 기능의 대표자를 자임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319-320쪽.


철학에 대한 바디우의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봉합을 해체하고 진리 생산의 절차에 내재한 공가능성을 철학이 수용하는 것이다.(···) 진리가 있기에 철학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진리란 일자적인 총제성이나 보편성을 말하지 않는다. 바디우에게 진리는 언제나 ‘진리들’이다. 그것은 편재하는 것이고, 순간적으로 출몰한다.(···) 진리가 출몰하려면 사건이 있어야 한다. “바디우가 말하는 진리는 사건의 진리이고, 만일 이 영역들 속에 사건이 없다면 우리는 그 속에서 아무런 진리도 발견해낼 수 없다.”(···) 개입과 명명을 통한 ‘조사’에서 철학은 사건에서 드러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구분해내야 한다.(···) 바디우 철학의 핵심은 바로 ‘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데에 있다.(···) 바디우는 현재, 다시 말해서 새로운 것이 영원히 과거와 상호교직하면서 그 자체를 변형시키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새로운 것은 결코 과거의 반복이라 볼 수 없고, 새로운 것을 이미 존재하거나 존재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그리고 단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건과 존재의 관계다 320-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