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앨범리뷰] 허클베리 핀 - 까만 타이거 [2011] (스크랩)

두괴즐 2011. 8. 25. 17:58


[앨범리뷰] 허클베리 핀 - 까만 타이거 [2011] (스크랩)




* 출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714


<선정의 변> 7월 2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 허클베리 핀 [까만 타이거]


이번 '이주의 발견'에는 쟁쟁한 후보들이 많이 올라서, 다른 때였다면 당연히 이주의 발견에 선정될 앨범들이 차순위 앨범으로 밀릴 정도로 수준 높은 경쟁을 벌였다. '디어 클라우드', '세렝게티', '신윤철'은 높은 점수를 얻고도 '허클베리 핀'의 묵직한 앨범 [까만 타이거]에 자리를 내줬으며, 보통 때였으면 차순위 앨범은 물론이고 그 이상을 노려 봄직한 '텔레플라이'의 앨범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방금 언급한 앨범들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그만큼 '허클베리 핀'의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는 조금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파격'을 시도함과 동시에 어둠을 관통하는 자신들의 색깔을 자연스럽게 덧입힘으로써 한 차원 높은 '리모델링'에 성공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홍범>

유독 새로운 록 앨범이 후보에 많이 올랐던 한 주였다. 점수 차가 크지는 않았으나 그 중에서 우리의 최종 선택은 '허클베리 핀'의 [까만 타이거]였다. 1998년, 1집 앨범 [18일의 수요일]로 데뷔한 허클베리 핀은 올해로 14년 차를 맞는 록밴드다. 이기용을 주축으로 한 허클베리 핀은 여러 번의 멤버 교체 끝에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의 소유자인 이소영을 영입하여 2인조 밴드로서의 독특한 색을 드러내고 있다. 관록이 묻어나면서도 여전히 신선하고 참신한 그들의 음악은 문제적이다. 보편적이기보다는 특수하고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인 이들 음악의 매력에 빠져보시라.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장유정>



<뮤지션 소개> 허클베리 핀

'허클베리 핀'은 1998년 1집 앨범 [18일의 수요일]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한 록밴드. 당시에 이기용(기타), 남상아(보컬), 김윤태(드럼)로 구성되었으며 한국에는 생소한 음악 스타일과 깊이 있는 가사로 단번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받는 밴드로 떠올랐다. 이기용은 새로운 기타 리프를 만들어내며 '허클베리 핀'의 근간을 만들었고, 이후 이소영은 허클베리핀의 2집부터 특유의 목소리로 단숨에 카리스마 있는 여성 보컬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2007년에 발표한 4집 앨범 [환상... 나의 환멸]로 제5회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 작 [까만 타이거]는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이며, 현재는 이기용(기타&보컬), 이소영(보컬&기타) 2인조 체제다.



<전문가 리뷰> 허클베리 핀, 음악적 리모델링에 성공하다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김홍범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리모델링'은 건축분야에서 기둥과 같은 기초는 그대로 둔 채,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을 뜻한다. 아예 기초부터 다시 만드는 '리빌딩'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둘 모두 주인이 원하는 '환경'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점은 동일하나, 투자 및 프로세스의 측면은 물론이고 결과물의 형태도 확연히 다르다. 왜냐하면 '기본 뿌리'를 그냥 두느냐 마느냐는 그 만큼 건물의 형태에 미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음악에서도 그렇다. 음악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르가 달라도 사람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음악적인 뿌리는 조금씩 닮아있을 수밖에 없기에 '리빌딩'은 사실상 어렵고 사례도 적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시도 사례는 꽤 많은 편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도무지 음악적 타협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허클베리 핀'도 작지만 새로운 리모델링에 도전하고 있다.

'허클베리 핀'의 음악을 정의하는 단어들은 무엇이 있을까? 냉정, 불안정, 자폐, 기묘함, 중성, 심층 등등 온갖 '어둠의 정서'를 갖다 붙이는 것이 빠를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음악은 대중성과는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그 '일정한 거리'를 통해 다른 밴드들과는 다른 깊이 있는 시각으로 사물과 인간을 바라보는 감탄스런 가사를 선보였다. 또한 사운드 역시 안정적인 '톤'을 배제한 채 기타 노이즈를 중심으로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킴으로써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완벽하게 뒷받침해왔다. 이렇게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했던 그들이 이번 앨범 [까만 타이거]에 이르러 부분적인 리모델링을 해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뿌리는 굳건히 박아놓은 채로.

첫 곡 '숨 쉬러 나가다'는 이기용의 절제된 가사쓰기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늘 그렇듯이 이기용은 텍스트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을 경계한다. 부족한 부분은 이소영의 음색과 사운드를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이미지는 인쇄된 글보다 보다 효과적인 메신저 역할을 해낸다. 그만큼 이기용의 가사는 소리로 표현될 부분과 글로 표현될 부분의 경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런 점은 이번 앨범의 필청 트랙 중 하나인 '쫓기는 너'에서도 두드러지며 이 곡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야말로 '허클베리 핀'의 본모습일 것이다. 마지막 트랙인 '폭탄 위에 머물다'도 이런 점은 마찬가지. 하지만 '쫓기는 너'와 함께 선공개되었던 'Girl Stop'에선 앞서 언급한 리모델링의 전조가 보인다. 곡 구성상 모든 부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그동안 '허클베리 핀'의 음악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부분이다. 영국식 댄서블 록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방식은 'Girl Stop'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멈추지 않는 질주감'을 선사하는 아이러니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까만 타이거'는 앨범의 중심부를 지탱하는 거대한 줄기로써 단순한 기타 리프 속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인 사운드가 이소영의 목소리를 보다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리모델링'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꺼내게 만들만큼 이질적인 트랙이자, 앨범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도레미파'가 이어진다. 더군다나 이 곡은 본 앨범의 '타이틀 곡'. 영국의 댄서블록 밴드인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의 밝은 스타일보다는 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 스타일의 어두운 비트가 결합된 듯한 이 곡은 가사도 다른 곡보다는 직설적이고 사운드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골수팬들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대중성을 노리고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허클베리 핀' 자신들조차 비트감이 더해졌다고는 해도 '도레미파'가 '대중적 히트곡'이 돼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대중성을 끌어안을 보다 쉬운 멜로디를 가진 'Time To Say'도 있으니, 그 의견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질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그야말로 '테스트'의 측면이다. 지금까지 해온 음악의 바탕위에 이제는 변화를 줘야할 시점이란 것을 감지한 것이고, 그 방법으로 영국식 댄서블록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결합해 본 것이다. 이 방식은 거의 모든 밴드들이 쓰고 있는 방법인데, 허클베리 핀의 경우 워낙 음악적 개성이 강했기에 더 두드러져 보인 셈이다. 두 번째 관점은 앨범 전체적 흐름과 관련이 있다. 그 동안 이들의 앨범은 기승전결의 방식을 택하기 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것이 가사이건 음악적 분위기이건 간에. 아마도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직선적인 방식보다는 '흐름'을 타는 것이 보다 자신들의 음악에 담긴 메시지에 대한 호소력과 집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실질적으로도 '쫓기는 너'와 '까만 타이거' 같은 곡들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진 것도 사실 아닌가?! 그리고 반복해서 듣다보면 문제시되는 곡들에서도 허클베리 핀 특유의 기본 감성은 그대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이건 두 번째 관점이건 간에 모두가 허클베리 핀이 좋은 밴드, 믿을 수 있는 밴드라는 기본 인식 속에서 파생된 것이다. 일부가 느낀다는 배신감이라는 것도 그렇다. 얄미운 사람이 배신한 것과, 믿었던 사람이 배신한 것에 대해 느껴지는 상처의 크기가 다르듯이 말이다. 또한 다시 강조하건데, 이들의 새로운 스타일은 '배신'이 아니다. 기본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전략적으로 선택한 '리모델링'이기 때문이다. 이 시도가 실패건 아니건 허클베리 핀은 이 앨범에서 음악을 끝낼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의 작은 리모델링 시도 역시 좋게 해석할 가치가 있다. 앞으로 보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장기적 포석으로 볼 땐 더욱 긍정적이다. 그들의 기본 뿌리인 '텍스트와 사운드의 절묘한 결합'이 우선하는 한 어떤 리모델링 속에서도 '허클베리 핀'은 '허클베리 핀'이기 때문이다.



<네티즌 리뷰>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따라 떠나는 여정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장유정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만약 네이버 '이주의 발견'이 아니었다면, 허클베리 핀의 [까만 타이거]는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상 음악의 선호라는 것이 개인적 취향에 기대는 일인지라 일괄적으로 특정 음악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내 취향이라고 해서 어떤 음악이 반드시 좋다거나,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어떤 음악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랬다. 처음에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 함은 음악을 들으면서 '내' 가슴을 울리는 찡함이나 '내'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즐거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내게 감동을 주지도, 본능을 자극하지도 못하였다. 사람마다 자신의 가슴을 울리거나 웃기는 특정 음악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본다면 허클베리 핀의 음악은 첫눈에 반해 내 마음에 들어온 음악은 아니었다. 그러나 첫눈에 반하는 것만 사랑이 아니듯이, 허클베리 핀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속에 살며시 스며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없을지는 몰라도 호감이라 할 수는 있으리라. 그들의 5집 앨범 [까만 타이거]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듣고 듣고 또 들으면서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사랑해서 이해하는 것'과 '이해해서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까만 타이거]에 대한 나의 마음은 후자에 가까웠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숨 쉬러 나간다'라는 첫 곡에서 '폭탄 위에 머물다'라는 마지막 곡에 이르기까지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의 음악은 새로운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기본적인 로큰롤 사운드에 현란한 기타 연주가 전개되고,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운드에 옛날 전자오락실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이 더해지면서 청량감을 선사한다. 특히 헤드폰을 끼고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좌우로 사운드가 움직이는 재미마저 느낄 수 있다.

가사는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내용은 추상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호함과 추상성이 어느 하나로 해석되기를 거부하며 다양한 이야기의 결들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노래는 대체로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표출한다. 특히 이소영의 중성적인 목소리와 이기영의 중저음이 조합하여 허클베리 핀만의 색을 드러낸다. 이소영의 목소리는 섬세하다. 섬세하다는 것은 예민하다는 것이며, 예민하다는 것은 불안함을 동반한다. 그의 목소리는 섬세하고 예민하며, 그래서 불안하다. 그런데 이소영의 불안함을 낮게 깔리는 이기영의 중저음이 받쳐주면서 남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음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전히 나는 허클베리 핀의 음악을 들으며 가슴 찡한 감동이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신명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좋은 음악의 기준을 '모험 정신의 발로'와 '새로움의 추구' 등에 놓는다면 그들의 음악은 분명 좋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네이버 '이주의 발견'이 해야 할 일은 다양한 각도에서 '좋은 음악'을 발견하여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네이버 '이주의 발견'에서 허클베리 핀의 음악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의 모든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했다."고 하였다. 이 책이 전통적인 사고에 도전하는 미국이라는 신세계에 적합한 새로운 사고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1998년에 발매된 허클베리 핀의 1집 앨범이 우리나라 모던록의 새 지평을 열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들이 사회로 편입하는 것 대신에 끝없는 일탈과 도주로 사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를. 그러므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들의 모험에 기꺼이 동참하겠다.



※ 이 음반은 '오늘의 뮤직'의 2011년 7월 2주 '이 주의 발견 - 국내'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 
김홍범 - ★★★★ 허클베리 핀이 보여주는 텍스트와 사운드의 결합은 언제나 이상적이다. 
유정훈 - ★★★☆ 굳이 가사가 아니더라도 전달하고픈 메세지를 음악에 녹여넣을 줄 아는 노련함. 
김정위 - ★★★★ 용맹스럽고 기운찬 에너지, 허클베리 핀의 음악이 명확한 해답을 준다. 
한동윤 - ★★★★ 시종 유지되는 팔팔한 에너지, 선명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준수한 록 앨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 
장유정 - ★★★☆ 매혹적인 보컬과 독특한 가사들, 곳곳의 기계음은 청량감을 선사한다. 
한승범 - ★★★★ 폭발과 무게를 넘어서 오랫동안 듣게될 록 앨범의 탄생 
김광년 - ★★★ 처절한 사운드와 공존하는 야성적인 격정. 
박주혁 - ★★★ 잘 만든 음반이라기보다는 잘 나갈 것 같은 음반. 




* 출처: http://bo-da.net/entry/1118 

- 인터뷰: <허클베리 핀 - 낯설지만, 결국 성공한다> (2011/08/19)


* 출처: 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2358

- 라이브: <과장없고, 거짓없고 섹시한, 허클베리픈> (2011/08/25) 






** 두괴즐


역시 허클베리 핀이라는 생각이 여전히 드는 앨범입니다. 가사는 제 취향은 아닌데(형이상학적), 사운드가 완전 제 취향입니다. 올해의 앨범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