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규 읽기: 2차 발제
양윤의,「환상은 정치를 어떻게 사유하는가_2000년대 발표된 소설들을 중심으로」, 실천문학 2010년 여름호(통권 98호), 2010.5, page(s): 10-399.
1. 환상은 현실을 어떻게 사유하는가
양윤의는 본 비평을 통해 “2000년대 문학적 상상력을 환상의 구조를 통해서 분석하고 그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71) 그는 환상을 현실의 반정립으로 보지 않는다. “환상이 부정하는 것은(···) ‘구성적’현실이지 현실 자체가 아니”(71)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상이 품은 부정성은 실천의 다른 이름”(71)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렇다면, 환상은 정치를 어떻게 사유할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환상은 공통 감각(common sense)이나 합의된(consensual) 리얼리티, 혹은 사회적 통념(doxa)과 양립할 수 없는 어떤 요소의 출현에서 발생한다. 환상은 앎의 체계와 욕망의 체계, 지식의 담론과 정념의 담론이 위장하고 은폐하는 지점들을 지시한다. 그것은 지식과 권력과 욕망의 담론이 만들어낸 구성적 주체를 의문시하는 것이며, 우리가 알 수 없는 것, 행위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책임질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검토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이 환상의 정치성이다. (71)
양윤의는 환상이 “구성적인 현실이 은폐해놓은 또 다른 의미의 현실”을 드러낸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지식과 욕망의 체계를 구멍 뚫고, 개별자들 각각의 논리 체계를 새롭게 새운다는 점에서 정치적”(72)이라고 주장한다.
2. 공포증의 구조와 부권=이데올로기의 은유: 박민규의 소설1)
양윤의는 박민규가 만들어 내는 공간이 “편집증적 주체들이 현실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표상”이라는 김형중의 주장을 반박한다. 왜냐하면「코리안 스텐더즈」의 “한국표준인증마크는(···) 망상의 체계에서 비롯된 마크가 아니라, 현실의 체계에서 연역된 마크”(82)이기 때문이다. 즉 “세계와 무관한 주관적 망상이 아니라, 세계의 부권적 지배가 관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마크”(82)라는 것이다. 양윤의는 “이 마크를 부권 혹은 이데올로기의 은유”(82)라고 말한다.
양윤의는 박민규의 소설에서 공포증이 야기되는 과정과 환상이 출현하는 지점을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첫째, 환상과 사실의 미분리에서 생겨나는 상상계적 환상이다. 가령「카스테라」의 저 서늘한 냉장고 안은 상상적인 공간임에 분명하다. 둘째, 상상적 공간을 대체하는 부권적 은유의 출현이다. 여기서 공포증이 생긴다.「코리언 스텐더즈」의 “거대한 KS마크”가 (본원적 불안을 감추는) 공포증을 드러내는 부권적 은유이다. 셋째, 부권적 공간을 상상적으로 극복하려는 유쾌한 노력이 시도된다.『핑퐁』의 ‘핑퐁’ 게임이 그것이다.(83)
양윤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환상에서 정치가 기입되는 지점”을 포착한다. “부권적인 은유는 언제나 이데올로기적 소여를 가진 물신(物神)이다. 그것은 박민규의 인물들에게 공포를 유발하는데, 이 공포는 상상적 세계가 야기하는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83) 그렇기 때문에『핑퐁』의 ‘언인스톨’은 “현실의 환상적(초월적) 해결이 아니라, 공포증의 무대화”(83)로 봐야한다는 것이 양윤의는 견해이다.
※ 나의 견해
정치를 사유하는 환상이라는 양윤의의 견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도 박민규의 환상이 “현실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환상은 “구성적인 현실이 은폐해놓은 또 다른 의미의 현실”을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그의 작품 분석이 심도 있게 진행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1) 이장욱과 황정은의 소설 분석은 생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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