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앨범리뷰] V.A - 2011 들국화 리메이크 [2011]

두괴즐 2011. 6. 28. 11:11


[앨범리뷰] V.A - 2011 들국화 리메이크 [2011]




* 출처: http://bo-da.net/entry/1089


Various Artists
2011 들국화 리메이크 
(2011/Rubysalon Record)
7.2 

01. 행진 - 김바다 (with 소년)
02. 그것만이 내 세상 - 몽니
03. 세계로 가는 기차 - 핸섬 피플
04. 매일 그대와 - 못(MOT)
05.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 허클베리 핀
06. 사랑일 뿐이야 - 국카스텐
07. 제발 - 이장혁
08. 머리에 꽃을 - 한음파
09. 사랑한 후에 - W&Whale


커버, 혹은 리메이크는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그대로 따라가면 원곡에 못 미친다는 얘기를 듣고, 아예 뒤집어 놓으면 원곡을 망쳐놨다는 욕을 먹기 십상이다. 원곡도 좋고 커버도 좋다는 황희 정승이 가득하지 않은 이상 어떤 형식을 취하든 좋은 평가를 얻기는 어렵다.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때도 '좋다'보다는 '재미있다'는 말이 더 앞에 선다. 아주 가끔씩 이기는 도전자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가 그리 흔한 건 아니다. 게다가 그것이 헌정 앨범일 경우에 이기기는 더 힘들어진다. 거기에는 '존경'이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지는 법이다. 어려움과 부담감이 더해질 때 좋은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헌정 앨범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게 이정선에게든, 산울림에게든, 송골매에게든, 들국화에게든, 김현식에게든, 어쨌거나 그렇게 '바쳐진' 앨범들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앨범 전체로도 그렇고 개별 곡으로도 원곡의 아우라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전체적으로 평가가 좋은 편이었던 몇몇 앨범 역시 '훌륭하다'보다는 '선방'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다. 다시 한 번, 이는 헌정 앨범에 참여한 음악인들의 탓이 아니다. 애초에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들국화의 두 번째 헌정 앨범인 [2011 들국화 리메이크]은 다행스럽게(?) 선방하고 있다. 2001년에 발매됐던 [A Tribute To 들국화]에 비해서 규모도 작고 참여진의 인지도도 떨어지지만, 곡의 해석이나 다채로움은 그를 넘어선다. 일단 앨범에 참여한 면면을 보면 실제로 들국화에게 영향을 받았을 만한 음악인들이 참여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당연한 일이 그동안의 헌정 앨범들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상업적인 이유로든 어떤 이유로든 헌정 대상과 (정서적·음악적) 연관을 찾을 수 없는 음악인들이 참여하고, 이는 '헌정'이란 취지도 어지럽히며 앨범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져왔다. [2011 들국화 리메이크]는 최소한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이장혁이 들국화의 노래들 가운데 <제발>을 좋아했을 거라는 건 그의 음악을 들어왔다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고,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짝인가. 들국화와 W&Whale의 음악은 이질적이지만 리더 배영준이 동아기획 계보의 막내였었다는 걸 기억하자.

그렇게 자신들에게 맞춤한 노래들을 가지고 무난하게 존중을 표한다.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난 데 없이 둥글게 잘 굴러가고 있는 앨범이지만 한음파가 부른 <머리에 꽃을>은 특별히 언급을 하고 싶다. 사이키델릭 음악을 추구하는 한음파와 히피들의 이상향을 노래한 <머리에 꽃을>은 그 만남만으로도 잘 어울리지만, 원곡의 피아노 라인까지 세심하게 가져오면서 한음파의 색깔 또한 잘 살린 편곡도 훌륭하다. 조금 더 언급을 해보자면, '오페라스타' 테이(Tei)가 새롭게 결성한 핸섬 피플(Handsome People)은 가장 의외의 참여진이지만 <세계로 가는 기차>에서 들려준 참신한 아이디어는 테이의 '철권' 실력만큼이나 높이 사줄 만하다. 또 전인권의 색깔이 너무 진한 <사랑한 후에>에서 결코 오버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는 웨일(W&Whale)의 보컬은 [A Tribute To 들국화]에서의 신해철과 비교되며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져 보이고, 설득력 있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잘 조화시킨 W의 지원도 뛰어났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국카스텐(Gukkasten)의 커버는 나쁘지 않았지만 오히려 선곡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들려준 전인권의 그 포효를 하현우의 것으로도 들어보고 싶다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못(MOT)은 <매일 그대와>를 전형적인 못의 음악으로 바꿔놓았지만, 난 그 해석에 반대한다. 그렇게 음울하게 "매일 그대와 아침햇살 받으며 눈을 뜨고"프지는 않다. 굳이 이 노래여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역시 선곡의 문제다. 그렇기에 이 아쉬움들은 심각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말은 결국 대체적으로 이 앨범이 맘에 들고 흡족하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원곡을, 그것도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밴드의 원곡을 뛰어넘는 건 욕심에 가까운 일이다. 앨범은 '진짜로' 들국화의 음악을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음악인들을 모았고, 그 음악인들은 원곡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들의 색을 입히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걸로 됐다. 그 이상의 것은 들국화의 앨범에서 듣도록 하자. (김학선/보다)



* 출처: http://100beat.hani.co.kr/archives/15587



작성자 나도원 | 작성일 2011.06.24 | 덧글수 (0)

예상대로다. 음악동네의 풍작이 두 해 단위로 찾아온다는 2년주기설이 증명되고 있다. 뮤지션들이 대체로 2년마다 정규음반을 내는데, 그 중 실력파들의 앨범 발표가 어느 시점부터 겹치자 이후 화제작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오게 되었고, 신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흐름이 있다. 손가락과 귀가 부지런한 이라면 벌써부터 연말결산을 고민하고 있을 올해가 그렇다. 국내는 각종 경연 프로그램의 난립과 이른바 ‘나가수’ 효과에 경도되어 있고, 해외는 특정 기획사가 주도하는 K-POP 열풍을 이슈로 만드는 창구가 되었으며, 오버와 언더 사이에서도 몇몇 트렌디 가수들의 바람이 과하기 때문에 잘 포착하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2011년을 예고한 작품은 단연, 서던 록의 양식과 블루스 록 기타의 진수로 이루어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와 ‘수만리 먼 길’을 토해낸 조덕환의 [Long Way Home]이었다. 들국화의 재결성을 시도하다 부득이 따로 발표하게 되었다는 뒷말은 크든 작든 아쉬움과 기대를 남겼다. 그래서 이 앨범을 발표하고 뭔가를 기획해온 루비살롱이 연이 있는 음악인들 위주로 들국화 리메이크를 시도한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나도원 (들국화 헌정공연을 알리는 작은 전단과 루비살롱)

ⓒ 나도원 (루비살롱 공연장 입구 그리고 들국화 헌정공연을 알리는 작은 전단)

좋은 리메이크의 최우선 조건은 투철한 실험정신과 아우라의 극복… 등등이 아니다. 원곡을 모르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 개성의 강조와 원곡의 매력을 살리는 것의 균형이 중요해진다. ‘개성에 치우치면 원곡이 재료로 강등되고, 원곡에 매달리면 리메이크의 이유와 의미가 감소한다.’ 양자가 조화를 이룰 때 좋은 리메이크라 말한다. [2011 들국화 리메이크]에서 그러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어 고맙다. 동시에 그렇지 못하고 따옴표 안에 해당하는 곡들을 듣게 된 것도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평소 자기 음악을 잘 하는 뮤지션이 이러한 작업도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매일 그대와’는 누가 들어도 못(MOT)의 음악이다. 정서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진동을 남기는 음악기법으로 슬픈 노랫말을 밝은 선율에 얹는 것과 어두운 선율에 밝은 노랫말을 싣는 것이 있다. (둘 중 어느 편이 훌륭한가에 대하여 실례들을 놓고 오랫동안 탐구했다.) 못은 후자에 속하고, 모종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부당하게 타인과 비교되거나 불안정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언제였나 싶도록 이미 자기 세계를 이룩한 이소영이 앞장선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의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도 좋은 예에 속한다. 허클베리 핀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가 메시지로도 통한다면, 이장혁의 ‘제발’은 스타일로 들국화와 통한다.


‘역사적인’ 케이스도 있다. 프로콜 하룸(Procol Harum)이 바흐에게서 멜로디를 얻어와 요샛말로 샘플링한 ‘A Whiter Shade of Pale’을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하는 것을 보고 (다시 바흐가 돌아와 그런 곡을 리메이크 하는 장면까지 상상하며) 부러워했다. 역사의 쌓임이 선행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 데블유 앤 웨일(W&Whale)이 ‘사랑한 후에’를 다시 연주한다. 알 스튜어트(Al Stewart)의 ‘Palace of Versailles’를 번안하여 리메이크 한 ‘사랑한 후에’가 이렇게 리메이크되었다. 전인권의 걸걸하고 절절한 외침을 대신하는 웨일의 맑고 쓸쓸한 읊조림은 원본과 사본 모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더 좋은 리메이크는 원곡조차 스스로 발견하지 못해 감추어질 수밖에 없었던 매력을 끄집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숨어있던 멜로디 혹은 코드진행 혹은 잠깐 지나가버렸던 효과가 살아남으로써 원곡보다 더 유명한 곡으로 다시 태어나는 동력을 얻는 경우다. (리메이크의 의의와 다양한 사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리메이크 앨범 TOP 5(http://100beat.hani.co.kr/archives/10100 )’에 소개한 바 있다.) 한음파가 슬쩍 미뤄져 있던 매력을 극대화하여 더 슬프고 더 장엄하게 그려낸 ‘머리에 꽃을’이 그 지점에 근접한다. 원곡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이 훌륭한 버전을 더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들국화의 음악은 당대를 상징했다. 모두 알고 모두가 부르는 ‘행진’을 곱씹어 불러보면 왜 그 시대에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함께 부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본의든 아니든 비를 기다리는 레인버드였고, 들국화의 음악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들국화는 비를 뿌리는 레인메이커는 아니었으며, 이끼가 끼지 않는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처럼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전설이 되어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기다린다. 여기 이름을 올린 이들 중에서 그런 음악인이 나오길.



  • 백비트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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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두괴즐


     들국화는 우리의 음악사에 매우 중요한 밴드이기 때문에, 저 역시 그들의 음악을 의무감에 들어보았던 적이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무감이 자발적 향유로 전향되지 못해서 자주 듣지 않게 된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엔 그들의 헌정앨범이 나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시대적 차이 때문에 사운드의 질감에서 비롯된 이질성이 오늘 날에 그 때의 감동을 전이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시도는 그 때의 음악을 오늘의 소리로 재부활 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앨범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인들이 많이 참여해서 더 좋았습니다. 나온 결과물도 괜찮은 것 같고요. 많은 칭찬을 받은 한음파나 웨일도 좋았지만, 저는 별로라는 평이 많았던 몽니의 '그것만이 내 세상'도 괜찮았습니다. 이 음반은 올해를 기억할 의미있는 작업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