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

[앨범리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2011] (스크랩)

두괴즐 2011. 7. 23. 10:19


[앨범리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2011]

1. Ciaosmos 
2. Dream Is Over 
3. Ladybird 
4. Life Is Noise 
5. 23 Red Ocean 
6. 물에 사는 돌 
7. 서부간선 
8. 좋아하는 것, 괜찮은 것 
9. 던져지고 있는 돌 
10. Love on 



* 출처: http://www.bo-da.net/1095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Ciaosmos] (2011/Paste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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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앨범들의 색깔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들만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신작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단출한 앨범이지만 때때로 청자의 마음을 이끄는 곡도 수록되어 있다. 나른한 시간에 아늑한 공간에서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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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이 무엇보다 훌륭한 건 사운드적인 면에서 놀라울만한 변화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이들이 해오던 음악과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일그러지고 뒤틀려지고 차가워졌지만 누가 뭐래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에 의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만을 위한 노래들이 담겨있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처음으로 머릿속에 쩜쩜쩜(...)이 아닌 느낌표(!)가 떠올랐다. 이대로만 간다면 조만간 제대로 터질 포텐을 기대해볼만 하다.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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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들리는 소리나 여행을 통해 남긴 기록에 몰두하고 사랑으로 충만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에 별로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것이 그것을 만회할 만큼 뛰어난 결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지로 그쳤던 부분들이 음악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지지를 보낸다. (문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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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이키델릭 연주나 강해진 편곡을 통해 세심한 변화에 신경 쓴 모양새다.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예상 가능했던 변환이지만 워낙 간이 심심했던 음악이었던 만큼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계절의 기후에 민감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따사로워 보이는 햇살을 믿고 점퍼를 벗었다가 콜록거리는 기침에 고생했던 2011년 봄. 이상기후가 어느덧 일상이 되었음을 잊고 살아가지만 이들의 음악이 있다면 그곳에 조금은 위안이 있지 않을까. (이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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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던 4집 앨범 작업을 뒤엎고 다시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이 나올지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4집은 지금까지 이들이 추구해오던 어쿠스틱하고 미니멀한 사운드에 노이즈를 적절하게 결합시켰으면서도 인공적으로 가공한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운 질감이 두드러진다. 일렉트로닉한 수록곡들도 몽롱한 리듬감으로 채워지지만 그조차도 미니멀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아 전체적으로 사운드의 변화 폭이 크지 않고 한결같은 통일감을 준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사운드들이 만들어내는 적당한 리듬감이 앨범에 미세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어울리는 사운드로 돌아왔다. (서정민갑)





* 출처: http://www.weiv.co.kr/review_view.html?code=album&num=2984


여전히 무균질 


근작이었던 [일곱날들], [저녁 아이들]은 향토적 서정이 짙은 포크 음악으로 압축할 수 있다. 호들갑을 떨자면, [일곱날들]의 여행담을 고향(마음의 영원한 안식이자, 어쩌면 귀환 불가능한)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저녁 아이들]의 동심 가득한 노래를 돌아갈 수 없는 유년에 대한 기억으로 등치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지나간 길을 되돌아보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선은 (대부분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그러하듯) 여유롭고, 따뜻하다. 표현되는 형식 또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아한 목소리와 조용히 튕기는 기타선율이 주조를 이루고, 아코디언 소리와 오르간 소리가 간간이 스며든다. 단순한 리듬이 되풀이 되며, 거리에서 채집한 음향이 별다른 가공 없이 그대로 흘러나온다. 

초기작과 맞닿아 있다는 앨범소개 문구와는 다르게 [Ciaosmos]는 근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서정성'의 배경을 전원에서 도시로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물론 소소한 변화는 있다. 예와 다르게 외부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지 않았다. 품을 들여 변조하고, 배치의 변화를 꾀한 시도가 보인다("Ladybird", "Life is noise" 등). 곳곳에 싸이키델릭한 기타연주가 돋보이는 곡들도 있고("서부간선"), 좀 더 적극적으로 타악기를 사용한 흔적도 있다("23 Red ocean" 등). 노랫말은 불필요한 설명 없이, 간결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다. 너무 간결한 나머지, 어렴풋이 ‘의미’만을 잡을 수 있을 정도다. 

[Ciaosmos]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단출한 사운드로 특징지을 수 있는 ‘예쁜 포크팝’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최근의 대동소이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대한 식상함은 일종의 반대급부로서, [Ciaosmos]의 사운드가 더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게끔 한다. 그러나 상대평가의 결과가 우수하다고 해서(변별력을 갖는다고 해서) 탁월한 음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몇 가지 변화(음악의 배경 및 소재)가 있었으나, 영락없는 '소규모 아카시아표' 무균질 음악이다. 작가주의 관점의 일관성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독창성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난 앨범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이번에도 동일하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사운드 편집 및 믹싱의 결과물은 최근의 다양한 전자음의 쓰임새에 비교하면 지나치게 앙상하다. 좀 더 촘촘하게 사운드 요소를 중첩시키고, 변조한다면 더 독창적인 사운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여담이지만, [Ciaosmos]를 들으면서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방법론을 떠올려 봤다. 지나친 과욕일까?). 첫/두 번째 앨범의 음악적 성취 때문에 기대감이 과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20110424 


최성욱 prefree99@naver.com | editor




 album rating





* 출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428


<선정의 변> 4월 4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 소규모아카시아밴드 [4집 Ciaosmos]


이제까지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음악은 그야말로 소규모 어쿠스틱 사운드였다. 청춘의 진솔한 감정을 서정적인 목소리로 때로는 말랑말랑하게 고백했다. 일부에서는 이와 비슷한 어쿠스틱 인디음악을 싸잡아 '예쁜 미니홈피용 BGM'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으로 이들은 확실히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쿠스틱했던 음악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영리하게 흡수하며, 표현에서 깊이와 넓이를 더 했다. 사운드는 이전에 비해 복잡해졌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은 명료해졌고, 효과적이 되었다. 메시지 면에서도 막연한 청춘의 감정들이 정말 막연히 혹은 앞뒤가 생략된 채로 표현되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구체적이고 울림이 깊은 목소리로 삶의 본질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성숙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안병진>


어쩌면 파스텔 뮤직의 새로운 신인이 발매한 앨범이라고 해도 믿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소규모아카시아 밴드가 신보에서 보여준 표현법은 신선하다. 단순히 정갈한 멜로디와 소리의 여백을 활용해 나긋함의 정서를 표현하는 그룹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런 정의를 수정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그들은 여전히 소규모이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더 이상 작지 않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윤형석>



<뮤지션 소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김민홍, 송은지 듀오로 2004년 1집 [Sogyumo Acacia Band]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후로 2집 [입술이 달빛](2006), 3집 [우리는 소규모아카시아 밴드입니다](2007) 그리고 이번에 [Ciaosmos](2011) 네 번째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그리고 여행길에 올라 만든 [일곱날들](2008)과 동요 앨범 [저녁, 아이들](2010) 등의 비정규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객원멤버였던 '요조'의 [My Name is Yozoh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2007)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홍대여신' 탄생에 기여했고, 그들의 삶과 음악을 다룬 다큐 영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가 2010년 개봉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이들의 음악은 담백하고 서정적인 목소리에 미니멀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선보였으나, 이번 신보를 통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하며 앞으로의 변신을 기대하게 한다. 2006년 'SBS 가요대전 인디밴드 상',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문가 리뷰> 도시에서 꾸는 꿈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안병진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봄이다. 거리마다 꽃이 피었다. 죽은 듯했던 나무가 꽃을 피워 올릴 때마다, 어리석게도 나는 매번 놀라고 만다. 매일 걷던 이 길의 나무가 벚꽃이었네 등등. 그제야 겨우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안에 있는 사물들에 관심을 갖는다. 봄은 죽었던 사물뿐만 아니라 무감각했던 감수성도 일깨운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이번 앨범 [Ciaosmos]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다시 돌아보게 하다. 우리 주변의 공간과 소리가 음악의 소재로, 하나의 악기로 자리를 텄다. 첫 곡 'Ciaosmos'에서는 한밤중 도시의 노이즈(추측임)가, 'Ladybird'와 'Life is Noise'에서는 풀벌레 소리, 새소리, 물소리, 자동차 소리, 우리가 내뱉는 일상의 대화들이, '23 Red Ocean'에서는 어느 거리의 북 치는 소리가 전자음과 결합되어 효과음 이상이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이들은 주위의 소리를 음악적 소재로 활용한 바 있다. 여행길에서 만든 [일곱날들]. 그야말로 여행을 하며 혹은 그 영감으로 만든 자연친화적인 음악이었다. 여행 현장의 소리들이 그대로 어쿠스틱 기타와 어울려 로파이 사운드를 연출했다. 그러니까 이번 앨범 [Ciaosmos]는 [일곱날들]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일곱날들]에서 이들은 행복했다면,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여행은 끝났고, 동시에 이들의 가사처럼 '꿈도 끝났다'. 영혼을 호출하는 자연의 소리들은 더 이상 기쁨이 아니라 그리움의 대상일 뿐이다. 도시에서 삶은 마치 '물에 살던 검은 돌'처럼 불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You live in soul, so you are nothing(soul은 soul과 seoul의 이중적 의미로 읽힌다). Run, Run, Run! 앨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두워졌고 슬픔이 모든 걸 지배한다. 상실과 상처의 목소리를 담았던 1집과 닮았지만, 좀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체념과 숭고의 목소리라 해야 할까, 송은지의 물기 어린 보이스가 감동적인 '물에 사는 돌'에서 이들은 말한다. '작은 만족 사이로 슬픔은 이제 길을 잃겠지. 도시에서 꾸는 꿈은 늘 이런 것'일 뿐, 삶은 더 이상 충만하지 않고 작은 만족 속에서 이렇게 살아갈 뿐이다.

이번 앨범에서 놀란 점은 전면적인 전자음이다. 그 동안 이들이 추구했던 것이 미니멀한 어쿠스틱 사운드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이 음악적 전환은 어디서 온 걸까. 정서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여행으로 표현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일종의 좌절과 어쩔 수 없는 도시의 일상은 전자음의 차가움과 광폭한 사운드와 닮았다. 노래에 등장하는 자연의 소리는 도시의 소음에 묻히거나, 그것이 극대화된 전자음에 흡수되고 만다. 전자음은 도시를 표현하거나 그 안에서의 갑갑함을, <서부간선>에서는 탈출하지 못하고 뱅뱅 현실을 맴돌 뿐인 갇힌 마음을 아예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표현했다. 사운드의 전환은 이들의 음악에 넓이와 깊이를 가져왔다. 이전 앨범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이를테면 예쁜 미니홈피 배경용 음악이라는 혹평은 아니더라도 뜬그름 잡는 가사와 동요와도 같이 쉽게 공감하기 힘든 정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앨범에서 이들은 담백해졌고 성숙해졌으며 사운드는 풍부해졌다. 특히 'Life is noise', '23 Red Ocean'에서 어쿠스틱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조화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또한 현실을 응시하고 변화된 자신들의 감정을 담담히 풀어낸 'Ladybird', 'Life is noise' 등의 노래는 아름답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물에 사는 돌'을 듣다 보면, 앞으로도 이들의 곡과 가사 그리고 보컬의 능력을 기대하게 한다. 이들의 음악을 듣다, 문득 나의 일상과 공간을 되돌아본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걸까. 왜 나는 '나이 먹으면 제주도에 가서 살겠다'는 망상을 부적처럼 붙들고 사는 걸까. 그게 왜 지금은 안 되는 걸까. 우리의 일상과 공간은 왜 이다지도 현실적일까. 그럼에도, 툭하고 건드리면 화들짝 놀라는 감수성은 왜 코미디 같을까. 현실에서 꾸는 꿈은 왜 늘 이 모양인가. 몇 날 이들의 음악을 반복해 들으며, 봄밤 벚꽃 핀 거리의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언제부터 벚꽃은 여기에 있었던 걸까. 다시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참 낯선 곳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이곳에서, 현실을 살아갈 수밖에.



<네티즌 리뷰> 나른하지만 나태하지 않은

<이 리뷰는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윤형석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소규모아카시아 밴드의 메인 레시피는 보컬과 기타, 그리고 공간이다. 가벼우면서도 밀도가 낮은 소리들이 미처 채우지 못한 여백이 존재할 때 이들의 음악은 비로소 완성된다. 그 최소한의 무게와 밀도를 향해 많은 소리를 비워버리는 과정 속에서 거추장스러운 편곡의 장식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그래서 누구는 이들의 음악을 듣고서 담백하다 호평하고 혹자는 심심하다 혹평한다. 최소한의 소재를 바탕으로 테크닉이 아닌 감성 중심의 음악을 풀어나가다 보면 분명 루즈해지는 순간이 온다. 소규모아카시아 밴드는 송은지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를 이용해 이런 순간을 특유의 매력으로 어필한다. 하지만, 한 시간 동안 적당한 긴장의 선을 지키지 못하는 앨범을 거부하는 청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금껏 이런 이유로 소규모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을 피해 온 사람들이라면 이번 [Ciaosmos]에는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듯하다. 그들의 앨범 중에서 가장 비트가 돋보이고 그만큼 전체적인 긴장감이 뒷받침을 해주는 음반이다. 이전 음반에서 종종 베이스나 퍼커션이 추가되어 리듬의 골격을 잡아주었던 것과는 달리 여기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가 된다. 어쿠스틱을 기조로 한 그들의 음악이 일렉트로닉과 결합했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작 [일곱날들]에서 일상에 있는 날것의 소리와 로우파이 기법으로 클리셰를 정면 돌파했던 이들은 이번에도 새로운 실험으로 음악의 스펙트럼을 멋지게 확장해낸다.

소규모아카시아 밴드는 새로운 효과에 도취하여 그들의 음악을 가득 채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의 소리는 송은지의 목소리처럼 부유하면서 여백의 공간과 함께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선 앨범은 머릿곡 'Ciaosmos'를 통해 이들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친숙함 기계적 낯설음을 조화시킨 슈게이징 사운드로 기존의 선입견을 깨면서 출발한다. 이어지는 업템포의 곡 'Dream Is Over'는 이번 작품에서 보여지는 이들의 변신을 축약하는 키포인트다.

물론 소규모아카시아 밴드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매력은 이번 신보에서도 어김없이 존재하고 있다. 보컬 송은지는 'Ladybird'에서 특유의 체온 섞인 목소리로 프로그래밍 된 비트를 중화시킴으로써 기존의 빈티지함을 지우고 훨씬 모던해진 포크송을 들려준다. 자연그대로의 소리를 녹음하고서 그것을 특유의 소박한 감성과 어울림 시키던 시도는 'Life Is Noise', '23 Red Ocean'을 통해 이어진다. 역시 적절하게 쓰여지는 일렉트로닉 소스가 소리에 입체감을 더하여 단촐할 것으로만 예상했던 이들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미니멀리즘의 음악은 양날의 검이다. 그것은 청자의 가슴에 보다 직접적인 감성으로 소구할 수 있는 반면 창작물의 전달에 있어 클리셰와 자기복제의 이미지로 오해될 수 있는 함정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도 소규모아카시아 밴드의 지난 앨범에서 호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받은 터라 새로운 작품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매너리즘을 타개할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그들의 선택은 영민하고 도전적이고 성공적인 것이었다. 앨범은 새로운 방법론을 통해 그들이 가진 매력을 최대치로 구현한다. 여유가 있고 소박한 희망이 있으며, 딱 적당한 만큼의 나르시즘이 있다. 우려했던 나태함과 피로함과 자아고립의 흔적은 다행히도 보이지 않는다.



※ 이 음반은 '오늘의 뮤직'의 2011년 4월 4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 
김광현- ★★★☆ 그동안 음악 안에서 고민한 흔적이 요란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담겨있다. 
김봉현- ★★★★ 소소한 사운드, 소소하지 않은 발전. 
안병진- ★★★★ 미니멀한 전자음악을 통해 더 깊어진 내적 고백. 괄목할 만한 성장. 
이태훈- ★★★★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은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최지선- ★★★★ 변하지 않는 듯 진화해온 여정의 산물. 좀더 밀고나갔어도 좋았을듯.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 
김정호- ★★★★ 적당한 일상의 소음으로 순식간에 좁혀지는 화자와 청자간의 거리감, 그리고 동반되는 정서적 안정. 
김동인- ★★★ 그 사이 무수히 등장한 감성적 아류들에 대한 영특하고 적절한 대응. 
윤형석- ★★★☆ 소규모 우주를 찾아나서는 둘. 어쿠스틱을 거쳐 전자음의 영역에서 유영한다. 
정희웅- ★★★★ 가랑비에 옷 젖는 앨범. 그것도 아주 그냥 푹 젖었다. 또 다시 봄은 왔구나. 
김다래- ★★★★ 한 조각도 흘려 보내기 아쉬운 소리들이 길 위로 우리를 소환한다. 





** 두괴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은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예전에-그러니깐 제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에 고참이 이들의 앨범을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듣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존의 어쿠스틱 사운드에 전자 사운드를 첨가하여 도시적 감성을 들려준다는 평이 많이 있던데 어느정도 공감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 들었던 이들의 음악에 비해 이번 앨범이 확 끌렸던 이유도 도시적 감수성이 더 짙은 저의 개인적 취향 때문이겠지요. 완전 내 스타일! 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좋은 음악/좋은 음반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