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후쿠타 세이지,『핀란드 교육혁명』(박재원·윤지은 옮김/박재원 해설)
* 해설자 서문
· 즐겁게 공부하고 유익한 결과를 얻는다.
· 좋은 평가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 과정이 바로 공부이다.
·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하는 배움의 기회가 보장된다.
이상은 핀란드의 교육학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핀란드 학생들의 생각 속에 생생히 박혀 있는 강력한 공부의 동기이다. 9쪽.
교육적 소신, 또는 교육철학의 재정립 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싶다. 특히 경쟁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결국에는 교육적으로 매우 유해하다는 핀란드의 확고한 판단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절실하다. 경쟁이 가장 편리하고 가장 손쉽게 쓰이는 교육적 도구가 되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임이 분명하다. 핀란드의 판단처럼 경쟁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학생들에게 남긴다면, 그런 치명상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11쪽.
* 저자 서문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시험도 없단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핀란드의 성공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핀란드에는 경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경쟁을 통해 개인의 격차를 벌리는 방식으로는 학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믿는다.(···)
핀란드에서는 1985년부터 수준별(성취도별)수업을 중지했다. 핀란드는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고, 개인의 능력 발달이 가정이나 지역의 환경 조건에 좌우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사회적, 가정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경쟁은 능력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미리 탈락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9년 동안 차별 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이 투자하고 똑같은 교육 여건을 제공하면 최선의 결과가 나옵니다.” “우리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누구라도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렇게 해서 가장 소질이 뛰어난 아이를 찾아내게 되지요.”(···)
치열한 경쟁은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각자의 적성에 걸맞은 전문가로 자라는 데 도움이 안 되고, 16세까지는 수준별 수업을 해서는 안 되며, 기회균등이야말로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18-19쪽.
직접 핀란드에 가보니 무척 느긋하고 진기한 수업이 펼쳐지고 있었다. 의무교육(기초교육)에 해당하는 16세까지는 상대적인 학력평가가 없었다. 공부는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교사는 학생을 돕고 정부는 지원하고 부모는 협력했다. 시험으로 몰아붙이지 않는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었다.
흔히 능력이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자유롭게 발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시험은 자유로운 경쟁이 아니다. 경쟁을 하려면 게임의 규칙처럼 어떤 척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경쟁은 그 규칙에 얽매이게 된다. 시험을 향해 짜여진 교육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에 대해 규칙을 정해버리기 때문에 교육의 본래 목적인 능력 향상을 제한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되어버린다. 22쪽.
지식이 모자라면 그때그때 배우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습 능력이다. 24쪽.
지식이나 기술의 내용은 개인에 따라 다른데다 항상 변한다. 학습 속도는 개인에 따라, 또 개인이라도 시기에 따라 균일하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게 배우는 것이다. 그런 배움에 의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16세까지 시험을 치러 개개인을 비교하지 않는다. 배움의 양태가 다르고 지식이나 기능의 질이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을 비교하지 않고 점수를 매기지 않는 것이다. 24쪽.
제1장 ‘평등’과 ‘개성’이 조화를 이룬다
고등학교들 간의 학력 격차는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근처 학교에 진학한다.(···) 대학입학자격시험의 문항은 모두 서술식으로 주로 지식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를 묻는다(한 과목당 여섯 시간이 주어진다). 따라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면 합격할 수 없다. 33쪽.
핀란드에서는 우리의 초중등과정에 해당되는 9학년까지를 기초학교라고 부른다. 여기서 기초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즉 학생 개개인의 학습 능력과 판단 능력을 키워서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성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기초학교의 경우 서열을 매기는 평가 방식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된다. 기초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경쟁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대신 공부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형성된 다음부터 경쟁을 인정한다. 36쪽.
핀란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한다.(···) 공부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건 단연하죠.”(···) “우리가 공부를 하든 말든 선생님한테는 남의 일인 걸요”(···)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국적과는 상관없이 환경이 바뀌자 모든 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38-39쪽.
한국은 다양한 차이를 제도화하여 경쟁을 통한 탈락자 또는 패배자를 선별하는 데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가는 반면 핀란드는 최대한 차이를 줄여서 탈락자 선별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을 위한 제도를 계속 발전시키는 중이다. 47쪽.
“전체적인 성적은 무척 높고 평균 성적도 좋습니다. 하지만 어느 가정에서 태어났는지가 학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는 영국에 비해 “핀란드는 전체적인 성적이 무척 높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다른 많은 OECD국가에 비해 사회적 배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적습니다.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51쪽.
핀란드의 핵심적인 교육과제는 공부 목하는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핀란드의 교육제도가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는 시스템이라면 한국의 교육제도는 불리한 학생들을 가급적 일찍 탈락시키는 시스템이다. 54쪽.
경쟁 스트레스로 인한 학습 효과의 무력화는 이미 과학적으로 많이 검증되고 있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두뇌의 학습 및 면역 활동을 교란시켜 생각보다 심각한 역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협력 학습을 통한 자연스러운 학습 효과의 강화와 사회성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핀란드는 성공하고 있다. 인성 교육의 강화는 불가피하게 학력을 희생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핀란드 교실에서는 학력과 인성의 조화로운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56쪽.
핀란드 국가교육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가정, 성, 경제력, 모국어와 관계없이 교육 기회가 평등하다.
2. 어떤 지역에서도 교육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3. 성별에 따른 분리를 부정한다.
4.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한다.
5. 종합제로 선별하지 않는 기초교육.
6. 전체는 중앙에서 조정하지만 실행은 지역에서 맡을 수 있도록 교육행정이 유연하게 지원한다.
7. 모든 교육 단계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협동하는 점. 동료의식.
8. 학생의 학습과 복지에 대해 개인별로 맞춤 지원을 한다.
9. 시험과 서열을 없애고 발달의 관점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10.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전문성이 높은 교사.
11. 사회구성주의적인 학습 개념socio-constructivist learning conception.
(···)
구성주의는 1960년대 행동주의를 비판하며 인지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등장했다. 구성주의자들은 지식이 이미 만들어져서 고착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스스로 편성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야만 지식은 목적에 부응하여 누군가의 지식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각 주체는 알고 싶다는 욕구에 따라 각기 다른 지식을 갖는다. 69-70쪽.
핀란드에서도 2년에 한 번 정도 자치단체 주관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교사가 교장을 평가한다.(···) 교장과 교사는 학부모나 학생의 의견을 참고로 토론하고 함께 개선점을 찾는다.(···) 평가는 모두 힘을 합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 서열을 매겨 학부모가 학교를 고르게 하려는 의도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교육계는 평가를 시민의 사회 참가, 사회의 자기 관리의 한 과정으로 보고 시민성을 키우는, 의미 있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더 좋은 학교를 목표로 학생, 교사,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원에 대한 인사고과는 전혀 없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므로 교사들의 일도 달라질 수바껭 없기 때문이다. 일의 질이 다른 이상 비교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83쪽.
제2장 학력차가 있는 아이를 가르치는 유연한 방법
-스트론베리 초등학교의 경우
PISA를 주관한 OECD의 분석에 따르면 수학이나 과학의 경우 동일 학년 사이에도 최대 4학년 정도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학습 속도에는 개인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학생이라도 조건에 따라 학습 속도가 똑같이 않아서 정체할 때도 있고 비약할 때도 있다. 또한 과목이나 분야에 따라 적성이 다르고, 지식과 기능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핀란드의 수업은 뒤처지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한 학급 안에서 두 학년에 걸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아이의 능력에 맞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커리큘럼과 교재가 짜여있다. 아이들은 자각 상태에서 배우고, 그룹을 짜서 서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한편 교사는 개별 지도에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격차가 큰 학생에게는 따로 보조교사를 붙여 보충수업을 하든지 선별수업을 받게 한다.
이렇게 해서 학력 차이가 큰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연한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94-95쪽.
“학급의 목표는 정해져 있지만 개인의 진도는 다릅니다. 똑같은 것을 배우는 데도 두세 배의 시간이 걸리는 아이가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반복시켜서 억지로 외우게 하지 않습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모든 아이가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목표를 부과할 수는 없습니다. 의욕(동기)이 중요하니까 ‘왜 안 되니?’, ‘어째서 안 되니?’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110쪽.
그 이상의 지식은 필요할 때 배우면 된다.(···) 지식의 구성 방법을 배워두면 언제든 더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다. 즐겁게 배우면 지식은 정착된다. 교사는 배운 지식을 점검하면서 학습 프로세스를 만들어주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정착된 지식의 양으로 잘한다 못한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획득해가는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핀란드의 수업이다. 112쪽.
우리의 교육이 ‘이끌어주겠다, 따라와라’는 식이라면 핀란드는 ‘스스로 공부해라, 그러면 하나하나 맞춰주겠다’는 식이다. 113쪽.
“경계를 만들기 때문에 차별이 생깁니다. 아이들의 시각으로 보면 아이들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것뿐인데 말이죠. 뒤떨어졌다든지 특수하다든지 하는 구별은 하지 않아요.” 159쪽.
“앉아서 글 쓰는 것이 서툰 아이 중에도 실험을 좋아하는 아이,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잖아요.”(···)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아이는 있죠. 하지만 모두 뭔가 하고 싶어 해요.” 161쪽.
핀란드는 장애 학생 지도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특수학교를 따로 운영하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에 다닌다. 일반 학생들과 따로 구분하는 것을 가급적 피하면서 말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반 학생과 장애 학생이 거리감을 갖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171쪽.
제3장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학교
-프리 초등학교의 경우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커닝을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커닝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책상 사이를 돌면서 잘못을 지적했을 때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천천히 원리부터 가르친다.(···)
“핀란드의 교육은 잘못하는 아이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잘하는 아이는 가만히 놔둡니다. 잘하니까요.” 193쪽.
핀란드의 교육은 배움 그 자체가 재미있고 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사는 공부가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교과서에도 그렇게 씌어 있다. 196쪽.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바로 자신은 너무도 잘 아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자칫 이렇게 쉬운 것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면 학생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202쪽.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한국 학생들은 문제 풀이 요령을 외우는 것으로 수학, 과학 공부를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믿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학생들이 가만히 있느냐?”고 물었다.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일을 강요하는데 저항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203쪽.
제4장 인내심이 강한 수업
-보사리 기초학교(중학교)의 경우
핀란드의 교사들을 보다 정밀하게 묘사하면 이런 표현이 어떨까? “학생 개인의 의욕을 관리하는 전문가!”(···)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개인의 잘못으로 절대 돌리지 않는다. 다 이유가 있다는 관점, 그래서 그에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그대로 교실 현장에 살아 숨쉬고 있다. 217쪽.
“평등의 해석에 있어 기회균등에서 더 나아가 개개인의 필요에 맞춰진 교육으로 변화해왔다.”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는 배려라고 할지, 인생에의 동기 형성을 돕는 면이 크다.” 218쪽.
선생님은 책상 사이를 돌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진도를 파악하고 도움을 준다. 해설집 한 권이 교실 안을 돌아다니고 각자가 답을 확인한다. 학생에 따라서는 교사의 도움 없이도 혼자 해답집을 보고 푸는 방법을 이해할 수도 있다. 생각을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해답집을 보기도 하지만 답만 보고 베끼는 사람은 없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태도가 모두에 몸에 배어 있었다. 245쪽.
제5장 진정한 핀란드 배우기
개인적인 차이로 인해 불리한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공부 의욕에 밑거름이 된다.(···) 자발성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정말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돕는다고 생각하는 핀란드 선생님들이 바로 교실 현장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