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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리뷰] 곰PD -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2011]

두괴즐 2011. 7. 13. 11:05


[앨범리뷰] 곰PD -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2011]




* 출처: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10331


<선정의 변> 3월 5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 곰PD [1집 곰PD와 절묘한 친구들]


안타깝게도 이번 주 후보작 중 압도적으로 훌륭한 앨범은 없었다. 각 앨범에서 근사하게 느껴지는 노래도 많지 않아서 아쉬움이 컸다. 하나씩 짚고 넘어가 본다. 제국의 아이들의 [Lovability]는 현란하고 공격적인 사운드로 밀어붙이는 데에만 몰두하는 우를 범했다. 다양한 감성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은, 얼얼하기만 한 음악 탓에 누군가는 청각적 식욕 감퇴를 호소할 수도 있을 듯하다. 미미시스터즈는 한국 록의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게스트로 모셨으나 이들의 아우라에 가려 주객이 전도된 형국을 보였고, M4는 스타들의 조합이라는 조건에 준하는 무게감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테이크 어반은 무난하지만 신선한 멋이 떨어졌다. 결국, 담담한 매력을 앞세운 곰PD의 정식 데뷔작이 이 주의 앨범으로 선정되었으나 이 역시 조금은 부족한 감이 드는 작품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한동윤>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엄친아는 어떤 모습일까. 소질이 있는 경우라면 천재 연주자나 작곡가, 보컬리스트로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소질이 없다면 학업 강도를 늘려 방송 프로듀서나 언론 기자의 자격으로 음악과 뮤지션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곰PD의 현업은 KBS 라디오 PD로 앨범을 듣기 전에는 후자의 경우일 것이라 쉽게 생각하였으나, 그의 음악을 모두 듣고 나니 재능있는 전자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것은 이 앨범이 라디오 PD라는 직업의 이점과 우연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직업을 갖기 이전부터 꾸준히 노력하여 만들어낸 이번 작품은, 한 라디오 PD의 취미나 외도가 아닌, 2년 만에 새로 발표한 한 싱어송라이터의 준비된 정규 앨범으로 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 이주영>



<뮤지션 소개> 곰PD

이충언이 본명인 곰PD는 KBS 라디오 프로듀서로 윈디 시티의 [Psychedelicious City] 중 'Elnino Prodigo (Brazilian 백곰 Mix) (By 곰PD)'와 세렝게티의 [Afro Afro]에 실린 'Wimbo (곰PD Bam Ba Ya Mix)', 록 밴드 폰부스의 데뷔 앨범 [The Way To Live on] 수록곡 'Time Is Over (곰PD Remix)' 등 인디 뮤지션들의 노래에 리믹스 작업을 하며 뮤지션으로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초 디지털 싱글 [내일의 추억]을 취입하며 가수로 본격 데뷔한 그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담당하는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가 리뷰> 감성을 흔드는 부드럽고 안락한 멜로디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한동윤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수수하고 화사하다. 햇살이 은은하게 비치는 창가 근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며 듣기에 좋은 음악이다. 거의 모든 노래는 절대 과잉 하는 법 없이 잔잔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편안함이 면면에 묻어난다.

이러한 기운이 나는 것은 선율과 편곡에 가장 우선으로 기인한다. 수록곡들은 후렴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각 절과 코러스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있으며 온전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추고 있더라도 비교적 나지막하게 시작해 브리지에 이르러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덕분에 연약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오르간과 브라스 연주를 주입해 질박한 느낌을 살린 '버릇'을 비롯해 강성 소리를 자제한 모던록 넘버 '끝나지 않은...', 피아노의 다소곳한 주도로 따스함을 배가하는 '봄 날, 버스 안에서' 등 노래들의 골격은 대체로 강렬하거나 딱딱하지 않아 편안한 청취를 돕는다. 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노랫말도 곡이 나타내는 느낌에 조응한다. 전 곡은 곰PD가 작곡한 반면에 몇몇 노래의 가사는 객원 보컬을 맡은 이들이 담당했으나 다행히도 다들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지나간 사랑과 이별에 초점을 맞춘 탓에 중간에 튀어나오거나 걸리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안타까운 것은 이 여리고 안온한 상황의 연장이다. 'Sweeta Love'나 '그대는 나의 비타민 같아', 'Bad Boy'를 제외한 앨범 안의 노랫말들은 이별, 슬픔, 추억, 아픔이 세운 깃발들 사이로 집결한다. 뻔한 내용의 추억 되새김형 사랑 이야기에 큰 격차 없이 비슷한 모양을 내는 작품들이 연결되니 갈수록 지루하게 들린다. '부질없는 이야기'는 지난 싱글 때처럼 일렉트로팝을 바탕에 두어 외형상으로는 언뜻 차별화되지만 이마저도 전자음악으로서의 반주에 관련한 특성보다는 선율의 진행이 더 도드라져 차이를 감지하기가 어렵다. 곱고 안락한 모양의 연속 개시가 앨범을 무척이나 평범해 보이게 만들었다.

표현은 다채롭게 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과감한 접근이 아쉬워지는 작품이다. 록, 일렉트로니카, 재래적 향수를 느끼게 되는 빈티지 사운드 등 여러 영역에 호기심을 갖고 다가서지만 결과물은 뭔가 하다 만 느낌이라 헛헛한 기분이 든다. 장르의 특색과 핵심을 강조하는 기술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곰PD 음악의 강점인 부드러운 멜로디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고 노래 또한 흥미롭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리뷰> 절묘한 캐스팅이 돋보이는 꿈의 옴니버스

지난 2009년의 디지털 싱글 [내일의 추억]에 이어, 1년여 만에 발표된 정규 1집 앨범 [곰PD와 절묘한 친구들]에는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본인을 제외한 아홉 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개성을 무기로 하되, 곡 자체의 단정한 아름다움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작업에 임한 듯하다. 첫 곡은 이지형이 참여한 '듣고 있니'로, 그가 불러왔던 곡들에 비해 조금은 절제된 느낌의 발라드곡이다. 진지한 보컬과 시작부터 절절하게 울리는 피아노 연주에서 90년대의 감성을 되짚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인 '버릇'은 지난 싱글에 수록되었던 연주곡 '우리들의 이야기'에 가사를 붙였다. 원곡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에서 봄밤에 어울리는 아련하고 풋풋한 분위기로 탈바꿈, 완전히 다른 곡으로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곰PD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기타와 브라스 연주도 보컬과 어울리는 푸근함으로 다가온다. 헤어짐 이후에도 일상에 묻어 있는 버릇들에 대한 담담한 고백 또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듯.

윈디시티 김반장이 부르는 소울 발라드 'Sweeta LOVE'는 언젠가부터 해외 뮤지션처럼 느껴지는 그가 오랜만에 부른 우리말 러브송이다. 어떠한 가사도 진국으로 전달하는 그의 매력과 곰PD의 다정한 노랫말이 어우러지면서, 아소토유니온 시절의 'Think about' chu'를 처음 들었을 때의 설렘이 느껴진다. 또 한 명의 소울 보컬인 M to M 진우의 미성이 돋보이는 곡 '슬픔은 늘 감기처럼 다가와'는 최대한 절제한 연주로 인해 보컬의 애절함이 더 가까이 와 닿는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한 자리만 아프다는 가사와 같이, 일반적인 이별 후유증에 일상에서 끌어올린 공감이 더해져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지난 싱글 앨범에서 곰PD가 직접 불렀던 '그리움의 파도'의 경우, 원곡의 모던한 분위기에서 조금 더 성숙하고 여백이 있는 편곡으로 변신하였다. 보컬 또한 곰PD 대신 우쿨렐레 피크닉의 조태준이 감정의 흐름을 이어간다. 특유의 낙천적인 노래들로 인해 베짱이 이미지가 강했던 조태준의 진지한 보컬은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보드카레인의 안승준이 부르는 '끝나지 않은...'는 몽환적인 연주와 흔들림 없는 보컬이 조화를 이룬다. 한결같이 곧게 내지르는 안승준의 보컬은 한동준의 발라드를 듣는 듯하다. 세렝게티의 유정균이 부르는 '봄 날, 버스 안에서' 꿈과 일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유(柔)한 톤의 곡으로, 지금 서 있는 자리와 계절을 돌아보게 한다. 

다양한 색감의 여성 보컬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배우이자 DJ인 최강희는 '불면증'을 통해 혼자 남은 밤의 외로움을 새벽까지 공유한다. 차분한 알토톤으로 전해주는 시간과 공간의 묘사는 그녀가 출연한 극의 한 장면처럼 또렷하게 남는다. 그녀의 절친 류현경 또한 'Bad Boy'를 통해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터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여운 랩과 묘하게 흐느적거리는 보컬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의 싱어송라이터 임주연은 '부질없는 이야기'를 통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걸맞는 신비로운 보컬을 선보였으며, 양양이 부르는 '그대는 나의 비타민 같아'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일상의 고마움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하는 비타민에 비유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미란의 '오늘 우린'은 들을수록 가슴 먹먹해지는 에피톤 프로젝트 풍의 흐린 발라드곡이다. 부서지기 직전의 건조한 관계를 담담하게 부르는 정미란의 정갈한 목소리는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야속하게 건드린다.

만남과 헤어짐을 통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써내려간 이 앨범은 타이틀 그대로 '절묘한' 캐스팅이 빛나는 앨범이다. 다양한 장르의 곡을 하나의 감성으로 연결하는 재주는 수많은 음악을 접하면서 쌓인 내공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봄여름가을겨울, 동물원, 장필순, 한동준, 윤상, 아일랜드, 삐삐밴드와 같이 90년대 뮤지션들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현재 본인이 가진 목소리에 충실한 점 또한 다양한 반응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엄친아 스토리로 돌아가 보자. 이 땅의 엄친아들은 수만가지의 모습으로 우리를 자극시키고 괴롭히며, 때로는 함께 성장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의 업적 마지막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박수가 필요하다는 것. 음. 위로할수록 점점 구차해지는 이 기분은 뭔가. 음악을 업으로 삼으려다 번번이 넘어졌던 역사와 이 앨범 한 장에 다시 요동치는 열등감을 이제야 고백한다. 아, 같은 기억을 공유한 '절묘한 일반인 친구들'이여. 지금 당장 우리네 인생, 시즌 2를 논하여 보자꾸나.


※ 이 음반은 '오늘의 뮤직'의 2011년 3월 5주 '이 주의 발견 - 국내' 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단] 
김홍범- ★★★ 곰은 구르는 재주만 있는게 아니었다.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뮤지션 중 하나. 
배순탁- ★★★ '드림 컴 트루'. 방법론적인 측면과 감수성 모두에서 준수함 이상은 획득. 
유정훈- ★★★ 초심자의 풋풋한 곡들 속에 담긴 감각적인 편성과 그 표현력은 이미 프로. 
김정위- ★★★ 친구들을 곡에 절묘하게 배치하는 재주. PD의 자질이 충분, 음악적 감수성은 보너스. 
한동윤- ★★☆ 담백하지만 엇비슷한 스타일을 반복해 답답함을 동반하는 게 단점.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 
노준영- ★★★★ 참여한 사람들 간의 묘한 줄다리기가 호기심을 더한다. 
홍재완- ★★★ 곡에 맞춰 보컬을 쓴 게 아니라 보컬에 맞춰 곡을 쓴 듯한 이 느낌은 뭘까. 
조수현- ★★★★ 좋은 음악을 '찾아내는 것'과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 둘 다 능숙하게 해내는 곰PD에게 찬사를? 
이주영- ★★★★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졌을 때의 가장 부럽고 좋은 예. 
성윤규- ★★★★☆ PD의 능력과 뮤지션의 역량 모두 절묘한 솜씨를 뽐내다. 



* 두괴즐


곰PD의 본 앨범은 <불면증>이라는 곡을 우연히 듣고 접하게 되었습니다. 수록곡들이 대체적으로 괜찮다는 느낌이 들지만, 앨범으로 듣기에는 별로 매력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듣기 좋은 곡들을 랜덤으로 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다음 앨범 기대하고 싶네요 ^.^